안영순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축수산물정책과장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항생제를 쓴다. 세균은 항생제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바꾼다. 이렇게 변신한 세균을 우리는 ‘항생제 내성균’ 혹은 ‘슈퍼박테리아’라고 한다.
2016년 영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30년 후엔 교통사고나 암보다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10가지 위험’의 하나로 규정했다. 슈퍼박테리아의 위협을 먼 미래, 먼 나라만의 문제로만 여길 수 없다는 여러 연구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항생제 내성의 가장 큰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이다. 우리나라는 사람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 평균의 1.6배나 된다. 동물 사용량도 유럽 나라들보다 1.4배로 높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00년 의약분업, 2013년 수의사처방제를 도입해 의사나 수의사만 항생제를 처방하도록 만들었고, 일반인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만으로 실효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항생제를 마지막으로 소비하는 소비자의 올바른 이해와 행동이 필요하다.
WHO는 별 필요 없이 항생제를 사용하거나, 치료를 끝내지 않았는데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면 세균 내성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한 인식도 조사에서 감기에 항생제가 도움 된다는 답변이 51%, 항생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한다는 답변이 74%나 됐다.
지난 5월 제18회 식품안전의 날을 맞아 실시한 조사에서는 감기에 걸렸을 때 의사에게 항생제 처방을 요구한다는 답이 24%, 임의로 복용을 중단한다는 답이 42%로 나타났다. 2010년도보다 인식도가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여전히 5명 중 1명꼴로 항생제가 감기 치료에 도움 된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어 이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항생제 내성균에 노출되는 것은 감염 관리 미흡, 내성균에 오염된 농축수산물의 부주의한 조리, 불충분한 위생관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내성균 확산을 막는 방법으로는 손 씻기, 안전한 온도에서 식재료 보관하기, 안전한 물과 식재료 사용하기, 익힌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분리 보관하기 등이 있다. 어쩌면 아주 상식적인 예방법으로 조금만 주의하면 항생제 내성균 감염에서 해방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