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로버 디스커버리 SE는 많은 걸 깨닫게 했다.

개인적으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라고 한다면 역시 '카멜 트로피'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 데뷔했던 수 많은, 그리고 역대 디스커버리는 겁 없이 소유하기에는 다소 비싼 가격을 갖고 있지만 거침 없는 도전 정신, 완벽한 오프로더, 그리고 무엇이라도 극복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라 할 수 있었다.

그랬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였는데 솔직히 올 뉴 디스커버리, 즉 5세대 디스커버리의 데뷔와 함께 정말 많은 생각과 분노 아닌 분노를 하게 됐다. 특히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디스커버리'라는 이름으로 저런 장난을 하는 건 정말 옳지 못한 일이라 생각했다.

정말 애석했다. 지난 시간 동안 정말 굳건했던 디스커버리라는 브랜드가 이제 그 아이덴티티와 전통을 잃어 버리고 상업적인 수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망스러운 디자인의 디스커버리

과거의 디스커버리들은 정말 선과 직각의 단조로운 구성이었지만 그대로 어딘가 디스커버리만의 힘과 선 굵은 존재감이 돋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공기역학, 안전 등에 이슈로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앞에 등장한 올 뉴 디스커버리의 디자인은 대체 무엇이 디스커버리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전면 디자인에 있어 바디킷의 일부, 측면에서의 C 필러 디테일 등과 알파인 루프, 그리고 후면의 비대칭 트렁크 게이트 등이 선대 디스커버리들의 혈통을 잇는 증거라고 말하지만 결국에는 또 다른 레인지로버 벨라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이러한 생각이 올 뉴 디스커버리의 데뷔부터 이번에 진행된 시승에 이르기까지도 단 한 번도 변화된 적이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는 점이다. 사실 자주 보면 적응이 될 수 있을텐데, 이번 올 뉴 디스커버리는 그러한 기회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시승을 마친 지금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번에 시승하게 된 디스커버리 SE의 경우에는 프론트 그릴과 휠 등을 비롯해 외형의 다양한 디테일을 모두 검은색으로 칠한 사양이라 그런지 더욱 대담하고 우람한 느낌을 주는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4세대 디스커버리 같은 그런 존재감을 과시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아쉬움이 컸다.

SE 트림의 현실을 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번에 시승한 디스커버리는 국내 판매 중인 사양 중 엔트리 사양이라 할 수 있는 SE 트림인 만큼 실내 공간의 고급스러움과 편의 및 안전 사양의 부재가 눈길을 끈다.

실제 도어를 열고 실내 공간을 보았을 때에도 곳곳에 적용된 플라스틱의 건조함이 단 번에 시선을 끌었다. 다만 위안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구성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가격의 독일의 모 프리미엄 브랜드 SUV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한다면 차분하게 구성된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실루엣은 랜드로버 고유의 고급스러운 감성을 잘 드러내는 모습이다. 그런데 다시 한 번 드는 생각이 있다면 '과연 이게 디스커버리의 디자인이 맞는 것인가?'라는 생각일 것이다.

SE 트림이라고는 하지만 디스커버리 디비전의 최상단에 자리한 모델인 만큼 기본적인 기능은 충분히 갖춘 모습이다. 메르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없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운드 경험과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을 기반으로 한 준수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더해지며 그 가치를 높인다.

차량의 체격이나 휠베이스가 넉넉한 만큼 공간에 대해서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1열부터 3열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크기의 시트가 마련되어 있어 7명의 탑승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모습이다. 다만 시트 조작 등에 있어 모든 조작이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만큼 다시 한 번 SE 트림의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

적재 공간의 경우에는 3열 시트까지 모두 사용할 때에는 적재 공간의 가치가 크지 않은 편이지만 3열 시트 적재 시 1,100L가 넘는 공간, 2열 시트까지 폴딩할 때에는 2,000L를 크게 상회하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디스커버리, 21세기에 합을 맞추다

오만했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것이고, 자동차는 타봐야 아는 것이다.

자동차 역시 외형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이번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겉으로는 비리비리한 온로드 성향의 SUV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시승을 해보니 디스커버리의 계보를 명확히 잇고, 또 발전시킨 존재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시승 초반 트림 및 엔진 등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주행을 할 때에는 '뭐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인제니움 2.0L 디젤 엔진이 탑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디스커버리의 거대한 체격, 그리고 2,335kg에 이르는 무게는 솔직히 말해 어지간한 엔진으로 여유롭게 이끌긴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2.0L 디젤 엔진이 연출하는 240마력, 43.9kg.m의 토크가 이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게다가 출력의 전개 및 정숙성 부분에서도 탁월한 모습이라 디젤 엔진이라 알려주지 않으면 가솔린 엔진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물론 고 RPM 영역에서는 살짝 힘이 쳐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게다가 8단 자동 변속기가 스포티하거나 짜릿한 감성을 제시하는 건 아니지만 상황에 따른 최적의 기어 선택 및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변속의 질감을 전달하기 때문에 주행 내내 만족할 수 있었다.

차량의 움직임 또한 걸출하다. 모노코크 섀시라고는 하지만 어지간한 프레임 섀시보다 우수한 신뢰감을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우수한 서스펜션 시스템이 어떤 주행 환경에서도 견실하면서도 한층 부드러운 감성을 제공한다.

물론 디스커버리라는 정통성 때문인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은 충분히 거르는 편이지만 노면의 형태 및 정보는 꾸준히 실내 공간으로 전달하는 특성을 드러내며 '오프로더' 및 모험가를 위한 파트너의 가치를 명확히 드러낸다.

가성비로 경쟁자를 압도하는 존재

흔히 시승을 할 때에는 최고 사양을 시승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랜드로버라고 한다면 HSE 트림 혹은 그 이상의 오토바이오그래피 및 R-다이내믹 등이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승에서 경험한 SE 트림은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8,00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서 이정도의 구성, 그리고 드라이빙 등의 가치에서 확실한 매력을 선사한다. 오죽하면 시승을 끝마칠 무렵 머리 속에서 '대체 BMW X3를 왜 사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8,000만원 전후의 예산 아래 정통성을 품고 올라운더의 SUV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지금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SE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한국일보 모클팀 - 이재환 기자

정리 및 사진: 한국일모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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