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중형 불가피, 징역 12년 선고”
4살짜리 딸을 때리고 추운 겨울 화장실에 가둬 숨지게 한 엄마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대법원 양형 기준과 검찰 구형보다 더 중한 처벌을 내린 것이다.
15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강동혁)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치사)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 이모(34)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아동 학대 치료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자녀를 보호해야 할 친모인 피고인이 방어능력이 전무한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학대범행을 저질렀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12년은 양형 기준과 검찰 구형량을 넘어서는 것으로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며, 대법원 양형 기준은 징역 6∼10년이다. 검찰도 이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바 있다.
재판부가 이씨에게 양형기준을 뛰어 넘는 중형을 선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재판부는 판결문 곳곳에 이씨에 대해 엄벌 의지를 드러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 딸의 머리를 핸드믹서, 프라이팬 등으로 가격해 상해를 가했고, 영하의 날씨에 어린 딸을 세탁 건조기에 집어넣거나 화장실에 장기간 방치했다”며 “부모의 정상적인 훈육이나 체벌이라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어린 딸이 상당 기간 학대를 당해왔고, 특히 어둡고 추운 화장실에 갇혀 의식을 잃어가는 동안 느꼈을 고통과 공포가 얼마나 컸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화장실에 방치된 딸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이씨 행동도 중형 선고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화장실에 갇힌 어린 딸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이를 인지한 뒤에도 피고인은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119 신고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사망이라는 최악의 결과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게 된 피해자의 죽음을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게 됐다”며 “남은 두 자녀의 성장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이 사건 전에도 자녀들에 대한 아동복지법위반죄로 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 △피해자의 친부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도 양형 이유로 들었다.
중형 선고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겁고,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을 선고함이 마땅해 양형기준이 정한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나 형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 1월 1일 새벽 시간대 경기 의정부시내 자신의 집에서 딸 A(4)양이 오줌을 쌌다는 이유로 4시간가량 화장실에 가두고 벌을 세우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씨는 당시 오전 7시쯤 A양이 알몸 상태로 쓰러졌는데도 병원에 보내지 않고 방안으로 옮겨 방치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 수사과정에선 이씨가 사건 전날 밤에도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A양의 머리를 핸드 믹서로 수 차례 때리고, 큰딸에게 프라이팬으로 A양을 때리도록 한 혐의가 추가했다. A양을 세탁건조기에 가둔 혐의도 드러나 대중의 공분을 샀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