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기 반드시 살린다” 절박감… 한은도 금리 인하 기조 급선회… “총선 감안 공격적 대응” 분석
정부 총지출 연도별 추이. 그래픽=송정근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재정ㆍ통화 정책을 총동원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임기 중반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에 맞서 제이(J)노믹스의 가시적 성과를 끌어내고 내년 총선도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절박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본예산의 실질적 규모를 8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려 편성할 채비에 나섰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젖히며 확장 재정정책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청와대와 경제당국은 경기 부진 탈피를 목표로 일사불란한 정책적 공조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올해 대외 여건이 급속히 나빠져 추경안을 마련했지만 국회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를 반드시 살리기 위해 내년에는 아예 본예산부터 공격적으로 편성한다는 것이 정부 내부 컨센서스(합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엔 경기가 좋아 세수가 호황이었는데도 재정건전성 요구를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재정을 보수적으로 운용했다는 반성이 정부 내부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는 “한은을 비롯한 경제당국 내부에선 올해 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초(超)슈퍼예산 편성을 예고했다. 기재부가 14일 발표한 ‘2020년도 예산안 요구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각 부처가 기재부에 제출한 예산ㆍ기금의 총지출 요구액은 498조7,000억원이었다. 올해 예산(469조6,000억원)보다 6.2% 증가했다. 여기에 재정분권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지방 정부로 넘어가는 사업(3조6,000억원)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증가율은 7.3%로, 2012년(7.6%) 이후 최고치다.

통상 정부가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은 각 부처의 요구액을 웃도는 수준에서 확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예산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작년 5월 말 각 부처는 올해 예산으로 458조1,000억원을 요구했지만, 그 해 9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은 470조5,000억원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8년 7.0%, 올해 9.5%에 달했던 정부 총지출(예산+기금) 증가율 또한 10%(516조6,000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대 총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10.6%)이 마지막이었다.

한국은행 또한 통화정책을 완화 기조로 급선회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통화정책을)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었다.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 발표 때 올해 성장률 전망치(현행 2.5%)를 낮추며 하반기 금리 인하 일정을 보다 구체화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까지도 “현재 경기는 금리를 내려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5월31일 이주열 총재)라던 한은이 정책 방향을 튼 배경을 두고 정부의 부양정책 공조 요구를 한은이 전격 수용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최근 몇 년간 나라살림을 지탱해주던 세수 호황이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09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00억원이나 감소했다. 통화 완화 정책으로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세수는 줄고 재정 규모는 커지는 상황이라 우려된다”며 “복지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또한 확장재정보단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국회에서 예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