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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 완전한 핵폐기 의지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스톡홀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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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 완전한 핵폐기 의지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스톡홀름 선언

입력
2019.06.14 19:22
수정
2019.06.14 23:5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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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를 화두로 던지며 “북한이 완전한 핵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웨덴 모델을 북한 비핵화의 비전으로 제시하면서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북한과 함께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의회 제2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의회 제2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스톡홀름=연합뉴스

한ㆍ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우리 정상으로는 첫 국빈방문에 나선 문 대통령은 이날 스톡홀름의 스웨덴 의회 제2의사당에서 진행된 연설에서 “스웨덴의 오늘을 만든 힘은 ‘신뢰’”라며 “저는 스웨덴의 길을 믿는다. 한반도 역시 신뢰를 통해 평화를 만들고, 평화를 통해 신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 국민간 신뢰 △대화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의 신뢰 등 세 가지 신뢰를 얻기 위해 북한이 행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조심스럽지만 비교적 명확하게 표명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설을 한 제2의사당은 알바 뮈르달 전 외교장관이 스웨덴이 전세계 군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처음 선언한 상징적인 장소다. 뮈르달은 스웨덴 정부가 핵보유 포기 선언을 공포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198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스웨덴은 1946년부터 핵개발을 시작해 1960년대 총 600㎏ 분량의 핵무기 설계까지 완성하는 등 사실상 핵개발을 마무리했지만, 자발적 비핵화를 선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국제사회에 선언한다면, 북한을 스웨덴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궁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기자단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스톡홀롬=연합뉴스
북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궁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기자단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스톡홀롬=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스웨덴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평화적 군축을 제시하고 실천한 사실을 부각시켰다. 또 “스웨덴은 단지 자국의 평화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았다.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국제사회의 평화수호자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는 세계 핵확산방지와 군축의 굳건한 토대가 되고, 국제적ㆍ군사적 분쟁을 해결하는 모범사례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에 국한된 평화 논의를 넘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북한이 주도적으로 나서달라는 제안으로 읽힌다. 앞서 노르웨이 오슬로 포럼 기조연설에서 ‘적극적 평화’의 개념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상을 밝힌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연설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그게(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된다면 그 자체로 핵 군축이 이뤄지고, 그것은 국제사회의 핵확산을 방지하는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면 이어서 재래식 무력에 대한 군축도 함께 노력해 가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함께 환영하는 교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스톡홀롬=연합뉴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이 끝난 뒤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과 함께 환영하는 교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스톡홀롬=연합뉴스

문 대통령 이 같은 비전을 현실화하는 전제로 신뢰를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이 어느 국가보다 먼저 핵을 포기할 수 있었던 데는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신뢰를 가졌기 때문”이라며 “세계가 궁극적으로 평화를 통한 번영을 선택할 것이라는 신뢰였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대화가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보장받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닌 대화”라며 대화에 대한 신뢰를 거듭 호소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체제는 존중돼야 하고 보장받아야 한다.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라며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대화의 전제”라고도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이 국제사회에서 상호 호혜적 결과를 이끌어 낼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전략연구실장은 “남북이 합의했던 성과를 이야기하며 비핵화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줄 것을 북한에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는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이에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더욱이 “제재 해제는 물론이고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제재 해제 문제까지 다시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우발적 충돌과 핵무장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이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자대화와 다자대화를 가리지 않고 국제사회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남북이 합의한 교류협력 사업의 이행을 통해 안으로부터의 평화를 만들어 증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구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스웨덴은 의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며, 해외 귀빈 방문 시 의회 구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한다. 스톡홀롬=연합뉴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구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스웨덴은 의회 본회의장에서 연설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며, 해외 귀빈 방문 시 의회 구 하원 의사당에서 연설한다. 스톡홀롬=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특히 “한국은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을 위해 북한과 함께 변함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실질적 행동에 제재 해제로 국제사회가 응답할 수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 정부가 제재 해제를 강하게 주도적으로 제시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겼다”고 평가했다. 홍 실장은 “제재 해제의 주체로 국제사회를 언급한 대목은 미국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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