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직접접촉 후 靑과 공유… 文대통령 연설서 ‘신뢰’ 강조, 북측과 사전 교감 가능성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 EPA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두 정상 간의 ‘신뢰’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역시 스웨덴 의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남북 관계의 ‘신뢰’를 제안해 남북 정상 간 교감이 이뤄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복수의 정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전달한 친서는 4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길지 않은 친서의 첫 단락에는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면서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재확인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의 정상 간 친서와 마찬가지로 실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친밀감 표현 이상의 연서(戀書) 같은 느낌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를 직접 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 편지를 보게 되면 참 ‘아름다운 편지’(beautiful letter)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친서를 받아 본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아름답고 아주 개인적이며 아주 따뜻한 편지”를 받았다며 “아주 긍정적인 무언가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친서는 미국 측 고위 간부가 북측과 직접 접촉해 전달받은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 청와대에 들러 문 대통령을 포함한 극소수의 관계자들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 전달 통로는 일각에서 지목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아니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해당 친서의 내용은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서 속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지 않은 아주 흥미로운 대목도 있다”고 말했지만,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친서에 교착상태인 북미 대화 진전을 위한 세부사항이 담겨 있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 생일 축하를 위한 편지라는 취지로 보도해 평가가 엇갈렸다.

다만, 14일(현지시간) 스웨덴 의회에서 연설한 문 대통령이 ‘남북 간 세 가지 신뢰를 제안한다’며 △남북 국민 간 신뢰 △대화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의 신뢰를 이야기해, 남북 정상이 신뢰를 키워드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전날 ‘6월 내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신뢰를 문 대통령이 다시 강조하는 식으로 북한에 합의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최근 우리 정부는 북미 간 교착상태를 돌파할 중재안을 마련해 북미 양측에 전달했다”며 “미측은 중재안에 대해 흡족한 반응이었지만, 아직 북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청와대 측에서 미리 연설문을 작성해갔겠지만 김 위원장 친서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면서 “북한이 북미 간 합의 등을 어떻게 지키게 할 지가 고민인 상황에서 신뢰를 화두로 얘기한다면 북한이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1차 북미 회담 장소로 평양이 거론됐지만 북측이 부담스러워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평양 초청 카드는 트럼프 입장에서도 선전하기에 좋아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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