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리나 헤레라 리조트 2020 컬렉션에 등장한 드레스. AP 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유명 패션 브랜드인 캐롤리나 헤레라가 ‘문화 도둑’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롤리나 헤레라가 최근 공개한 ‘리조트 2020 컬렉션’은 “멕시코 일부 지역의 전통 문양과 비즈 공예를 도용했다”는 비판에 휩싸여 있다. 일부 소비자나 패션업계에서만 문제 삼고 있는 수준이 아니다. 멕시코 정부가 공식적인 반발을 하고 나선 것이다.

알레한드라 프라우스토 멕시코 문화부 장관은 캐롤리나 헤레라 측에 항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서한에서 문제가 될 만한 의상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해당 문양과 비즈 공예의 근원지라고 할 만한 멕시코 지역을 열거했다. 표절 의혹과 관련, 패션업계의 윤리적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나, 특정 국가 정부 차원의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다.

논란이 커지자 캐롤리나 헤레라의 제작 담당자는 “중남미의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최근 멕시코를 여행하며 중남미의 매력을 느꼈고, 디자이너 캐롤리나가 베네수엘라 출신이라는 사실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캐롤리나 헤레라를 ‘문화 도둑’이라고 칭하면서 “멕시코 문화를 도용해 부당하게 큰 돈을 벌고 있다”는 분노의 목소리는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캐롤리나 헤레라는 ‘헌사’라고 포장하지만, 이건 그저 ‘표절’일 뿐”이라는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실제로 패션업계에 내재된 인종차별, 백인 우월주의가 다른 문화권의 전통을 무시한다는 비판은 수년째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예컨대 2017년에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샤넬이 선보인 220만원 상당의 부메랑을 두고 ‘호주 원주민 문화를 착취한 것’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샤넬은 “자신의 디자인이 도용되는 건 싫어하면서, 호주 원주민 문화를 도용하는 모순적 행동을 보였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최근 들어 이러한 윤리적 문제 제기는 더욱 빈발하고 있다. 패션업체 자라(ZARA)는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롱과 매우 유사한 스커트를 출시해 ‘누군가의 오랜 전통을 마치 새로운 디자인처럼 판매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구찌와 프라다가 출시한 제품은 검은색 배경에다 빨갛고 두꺼운 입술을 부각한 디자인 때문에 “흑인의 ‘블랙 페이스’를 연상시킨다”는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고, 급기야 판매를 중단했다. 아울러 돌체앤가바나는 동양인이 젓가락으로 피자와 파스타를 먹는 광고를 연출해 ‘동양인 비하’ 논란을 야기했다. NYT는 “사람들의 SNS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개인의 문제 제기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공유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조희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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