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억 채권회수 ‘분수령 재판’ 2주 연기
‘관계기관 총출동’ 관심 보이자 부담 느낀 듯
국회 정무위 소속 전재수(오른쪽 두 번째부터) 의원이 오낙영 주캄보디아 대사,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부산시 관계자(맨오른쪽) 등과 14일 캄보디아 프놈펜 항소법원 앞에서 현지 현지 매체들을 상대로 '캄코시티' 채권 회수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의 부실 대출 사태 이후 캄보디아에 묶여 있는 6,500억원 상당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14일 국회와 법무부, 부산시, 예금보험공사 등 관계 기관이 현지로 총출동했다. 당초 이날 예정돼 있던 이른바 ‘캄코시티 사건’ 재판에 참석,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에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다만 캄보디아 법원 측 사정으로 재판이 연기되긴 했지만, 캄보디아 정부와 사법부를 상대로 펼친 ‘여론전’의 열기는 용광로를 방불케 할 만큼 뜨거웠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프놈펜 시내 항소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캄보디아 측 사정으로 재판은 연기됐지만, 수만명에 달하는 (저축은행 사태)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 의원은 재판에서 참고인 진술을 하기 위해 이날 새벽 입국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로 잡혀 있던 재판이 이달 말로 연기되면서 법정 발언 대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캄보디아 '캄코시티' 채권 회수 분수령이 될 현지 재판을 앞두고 국회, 법무부, 외교부, 부산시,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들이 14일 프놈펜으로 총출동 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 예정된 재판을 앞두고 법원 관계자가 관련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재판을 맡은 셍 시부타(Seng Sivutha) 수석판사는 “이 사건은 대법원 파기환송심이기 때문에 5명의 재판관이 필요하지만 2명에게 사정이 생겨 부득이 변론기일을 27일 오후 2시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재판관 한 명은 전날 모친상을 당했고, 나머지 한 명은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셍 시부타 판사는 또 “우리 법원에는 다른 재판관들이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하다”며 “멀리서 오셨는데, 재판을 연기하게 된 데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열린 재판에 참석한 전재수 의원(앞줄 왼쪽부터), 오낙영 주캄보디아 대사, 신창호 부산시 미래산업국장, 박세현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파견 검사, 체아 부티 캄보디아 투자청 부청장. 체아 부청장은 “청장의 지시로 재판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재판관 성원이 안돼 이날 재판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는데, 전 의원은 외교채널 등을 총동원해 이날 재판이 열릴 수 있도록 캄보디아 정부측에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전날에는 미리 도착한 위성백 예금보험공사(예보) 사장이 캄보디아 총리실과 항소심 법원장에게 ‘현명한 판단’을 요청하는 국회 정무위원장 명의의 서신을 전달하기도 했다. 위 사장은 “과거 현지의 유사한 재판 결과들을 분석한 결과, 논리만 가지고는 이길 수 없는 재판으로 판단했다”며 “국회와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캄코시티' 채권 회수 분수령이 될 현지 재판을 앞두고 14일 새벽 프놈펜에 도착한 전재수 의원이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 관계자들과 조찬에 앞서 전략회의를 갖고 있다.

캄코시티는 캄보디아 현지 개발사 ‘월드시티’의 이상호 전 대표가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거액을 대출받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건설을 추진하려던 신도시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분양 저조 등으로 사업이 중단됐고, 2012년 3월 부산저축은행은 파산 선고를 받았다. 그럼에도 채권은 회수되지 않았다. 이씨의 비협조 때문이었다. 사업약정서상 이씨의 지분은 40%에 달한다. 게다가 이번 사업에 ‘돈 한푼 들이지 않은’ 이씨는 2013년 12월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나머지 지분 60%에 대해서도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 ‘채권 회수’의 길을 가로막고 나섰다.

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캄코시티 사업은 이상호씨 개인자금이 일체 투자되지 않은 사업”이라며 “서민 3만8,000여명의 예금으로 구성된 투자금은 이씨가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인터폴 적색수배 중인 이씨가 하루 빨리 구속되고, 캄코시티가 한국-캄보디아 양국의 모범적 개발사업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놈펜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부산시도 이날 오후 프놈펜시를 찾아 협조를 요청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캄코시티' 채권 회수 분수령이 될 현지 재판을 앞두고 캄보디아 현지 매체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재판 시작 전 현지 언론인들이 한국에서 온 인사들을 취재하고 있다.

현지 언론인들 사이에선 ‘이씨가 캄보디아에 투자한 자금을 예금보험공사가 빼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탓에 예보에 대한 분위기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하지만 현지 한 기자는 “한국은 신도시 개발 경험이 많고, 한국의 국회의원이 ‘캄코시티 개발을 마무리짓겠다’고 하니 앞으로 일이 잘될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연기되긴 했으나,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 변론에는 오낙영 주캄보디아 대사를 비롯해 현지 진출 기업인 50여명과 월드시티 측 관계자, 현지 언론인 등 100여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재판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귀국길에 오르기 전 캄코시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10여명의 관계자들이 현장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캄코시티 관계자들이 나와 촬영을 하는 등 경계했다.

프놈펜=글ㆍ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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