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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와 이별”… 이희호 여사, DJ 곁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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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와 이별”… 이희호 여사, DJ 곁에 잠들다

입력
2019.06.14 17:41
수정
2019.06.14 23:5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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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00여명 ‘마지막 길’ 배웅… 국립현충원서 DJ와 합장

李총리ㆍ文의장ㆍ5당 대표 등 참석“민주주의ㆍ여성인권 신장 계승”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 예배가 열렸다. 운구행렬이 교회 밖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 예배가 열렸다. 운구행렬이 교회 밖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제 남은 우리는 여사님의 유언을 실천해야 합니다.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신 여사님의 생애를 기억하며 우리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합니다.” (이낙연 총리 조사)

1세대 여성운동가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유신독재와 신군부탄압에 맞서 싸운 이희호 여사의 장례예배가 14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거행됐다. 찬양대가 조가(弔歌)를 부르자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았다. 이 여사만이 추모객들을 달래려는 듯 영정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앞서 나흘간의 사회장을 끝낸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 30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발인, 오전 7시 이 여사가 장로를 지낸 창천교회에서 장례예배를 했다. 공동장례위원장인 이낙연 총리는 조사에서 “이제 우리는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다”며 “한국 현대사 격랑의 한복판을 가장 강인하게 헤쳐온 이희호 여사를 보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잠시 목이 메어 낭독을 멈췄다. 그는 “그곳엔 고문도 투옥도 없을 것입니다. 납치도 사형선고도 없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함께 평안을 누리십시오”라고 애도했다.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 예배가 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조사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에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장례 예배가 열렸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조사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저 앞에서 경찰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운구차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저 앞에서 경찰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운구차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장례예배 뒤 유족들은 1963년부터 평생을 머문 서울 마포구 동교동 자택을 찾았다. 유족들은 이 여사의 영정사진을 들고 고인의 흔적이 남은 응접실과 침실, 자택 옆 김대중 도서관을 천천히 돌며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영정사진을 든 이 여사의 큰손자 김종대씨는 자택을 나오며 대문 앞에 나란히 붙은 ‘김대중ㆍ이희호’ 문패를 향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노제(路祭) 를 마친 유족들이 사저를 떠날 땐 최현석 마포경찰서장과 자택을 경호하던 시설경호중대가 도열해 일제히 거수경례를 했다.

정치인들과 각계각층 인사, 시민들이 참여한 추모식은 오전 9시30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엄수됐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민주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참석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박원순 서울시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시민 2,000여명도 현충원을 찾아 이 여사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4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고 이희호 여사 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고영권기자
14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서 고 이희호 여사 안장식이 진행되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우리는 여사님과 이별을 위해 이렇게 모였다. 형언할 수 없이 깊은 슬픔이다”며 “상상할 수 없는 가혹한 시련과 고난, 역경과 격동의 생을 참고 견딘 이 여사님께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었다는 말씀을 바친다”고 말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동교동에서 아침마다 당직자들에게 따뜻한 밥, 맛있는 반찬을 챙겨주신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이제 영원한 동행을 해온 동지였던 김 전 대통령과 함께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민주화와 여성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한 고인에 존경을 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 여사님의 삶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라며 “일평생 오롯이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의 길을 걸으셨던 이 여사님의 영전에 깊이 머리숙여 애도의 말씀 올린다”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당신께선 정치인 김대중의 영원한 동반자이지만 제게는 삶의 용기를 심어준 개척자로 더 깊이 각인돼 있다”며 “당대 드물었던 엘리트 여성이었지만 배운 것을 가치있게 쓰고자 편한 길을 마다하고 고통받는 이들과 한편에 섰다”고 회고했다. 앞서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내온 조전은 김덕룡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대독했다.

추모식이 마무리된 뒤 고인은 2009년 먼저 세상을 떠난 김 전 대통령과 같은 봉분에 합장됐다. 묘역에 하관될 때 삼남인 김홍걸 민화협 의장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애써 참으려는 듯 연신 안경을 고쳐썼다.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은 먹먹한 표정으로 여사의 관을 지켜봤다. 유족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고인의 관 위에 한줌의 흙을 뿌리는 허토를 했다. 교복을 입은 이 여사의 어린 손녀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안장식이 끝난 뒤 기다리던 일반 시민들도 하얀 국화를 헌화하며 김대중ㆍ이희호 부부의 영면을 기도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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