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을 짓고 만드는 예비전력 생산시설인 양수발전소 신규 후보 부지로 충북 영동군, 강원 홍천군, 경기 포천시가 최종 선정됐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후에 따라 전력공급에 간헐성을 보이는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에너지 공급을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전환하는 ‘스마트 그리드’에 맞게 지역 편중 현상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는 지적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영동군에 2029년까지 500MW, 홍천군에 2030년까지 600MW, 포천시에 2031년까지 750MW 규모의 양수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1기당 평균 사업비는 1조원 가량이며 전액 한수원이 부담한다. 양수발전소는 남는 전력을 이용해 상부댐으로 물을 올려놓은 후 필요한 시기에 이 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다. 3분 내로 발전이 가능해 전력 피크 때 수요에 대응하고, ‘블랙 아웃’을 막는 전력계통 안정화 역할을 한다.
한수원은 현재 청평, 삼랑진, 청송, 산청, 양양, 무주, 예천 등 16기의 양수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총 설비용량은 4,700MW다. 지난해 국내 설비 기준 전력공급량이 12만1,455MW란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3.8%가량이다. 3개의 발전소 용량을 추가하면 그 비중은 5.3%가량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번 양수발전소 추가 건설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한수원이 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강원 홍천, 경기 가평·양평·포천, 경북 봉화, 전남 곡성, 충북 영동 등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지난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자율유치 공모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 가운데 봉화, 영동, 포천, 홍천 등 4개 지자체가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유치를 신청했다.
지난해 10월 전문가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원회에서 후보 부지 선정을 위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유치신청 지역의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을 종합평가 했다. 부지선정위원회 위원장인 강태호 동국대 교수는 "4개 지역 모두 사전검토를 통해 선정된 곳이라 부지적정성 등은 비슷한 수준이었다"며 "다만 선정된 3개 지역이 봉화에 비해 지역주민이 가진 유치 열망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고 말했다. 오순록 한수원 그린에너지본부장은 "지역마다 평가항목별로 높고 낮음은 있지만 주민수용성에서 벌어진 편차를 극복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댐이 들어서는 양수발전소는 건설과 가동기간 동안 발전소 주변 지역주민 소득증대, 사회복지 지원금이 제공된다. 경주대 산학협력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한 생산 유발효과는 영동 1조3,505억원, 홍천 1조2,573억원, 포천 1조6,894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각각 6,777명, 7,474명, 7,982명의 고용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양수발전소에는 댐마다 2기 혹은 4기의 발전기가 들어가는데 연간 적자폭이 기당 100억원 가량에 달해 논란이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때문에 보충 전력공급 시설의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최근 배터리를 사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면서 양수발전소의 역할이 더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발전 공급 전환을 하는 ‘스마트 그리드’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양수발전소의 지역 편중 현상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이번 양수발전소 신설 계획에는 양수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전북 무주에 인접한 충북 영동이 포함됐지만, 양수발전소가 한 곳도 없는 충남ㆍ전남도는 제외됐다. “충남에는 적합 부지 자체가 없고, 전남은 애초 신설이 추진됐지만 지방의회의 동의를 받아 유치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때문에 댐을 짓는 데 주민 반대가 없다면 양수발전소 신설로 전력 공급 보완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이는 최근 화재가 많이 발생한 ESS와 같이 비상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므로 경제성만 따질 수는 없지만, 이런 시설은 분산형을 추구하는 ‘스마트 그리드’에 맞게 지역 편중 문제를 해결하는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각 지자체가 양수발전소 등의 에너지 저장시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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