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각 부처의 2020년도 예산요구액 총 규모가 5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대로 또 ‘슈퍼 예산’이 편성되게 됐다. 예산요구액 498조7,000억원이 그대로 예산안에 반영될 경우, 내년도 예산 증가폭은 올해 예산 469조6,000억원 대비 6.2%, 재정분권계획에 따른 교부세 감소 등을 반영하면 실질 증가폭은 7.3%에 이른다. 하지만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총선 등을 감안할 때 정부 최종 예산안 규모는 더욱 늘어 500조원을 넘기고 증가율도 그만큼 더 커질 전망이다.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가 만만찮다. 더욱이 지난 2년과 달리, 저성장과 경기 부진에 따른 세수 감소 본격화 가능성도 커 확장적 재정정책의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기획재정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보다 적극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요구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정부 분위기는 ‘닥치고 재정 확대’로 바뀌고 있다.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서나 일자리를 위해 정부 씀씀이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내외 경제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일단 확장적 재정정책에 따른 슈퍼 예산을 무작정 트집 잡을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다. 오히려 쓸 수 있는 실탄이 남아 있다면 더 쓰는 게 옳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예산안 확정과 국회 심의 과정의 숙제는 남아 있다. 재정여력에도 불구하고 3년 연속 예산요구액 증가율이 6%를 넘길 정도로 가파른 재정확대 속도와 예산 사업의 적정성을 따지는 일이다.

조세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국가채무를 따지는 재정여력으로 볼 때, 현재의 재정확대 속도가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우리나라 재정여력은 GDP의 200~240%에 달하는 국가채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건데, 지금은 40%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씀씀이는 좀 더 꼼꼼히 따질 필요가 크다. 생산유발효과가 낮은 ‘돈 풀기’식 사업이나, 총선용 ‘표퓰리즘’ 지출을 철저히 따져 가려내고, 보다 생산성이 높고 재정투입의 장기적 효과가 큰 구조조정이나 신성장동력 사업의 지출을 우선하는 조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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