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프로듀서 양현석이 자신이 세운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난다. 그러나 사퇴 만으로 의혹이 끝나는 건 아니다.
양현석은 14일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부로 YG의 모든 직책과 모든 업무를 내려놓으려 한다. 하루빨리 YG가 안정화될 수 있는 것이 제가 진심으로 바라는 희망사항"이라고 전했다. 양현석의 사퇴 선언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불러왔으나, 이것 만으로는 양현석이 그토록 아끼는 YG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YG는 가요계 굵직한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빅뱅 출신 승리가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중심 인물로 성매매 알선과 횡령 등의 혐의를 받았고, 아이콘 출신 비아이는 최근 마약 의혹을 받고 있다. YG는 승리, 비아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했지만, 양현석 또한 성매매 알선, 마약 조사 개입 등의 의혹을 받고 있기에 논란은 끊임 없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중이 YG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낸 것은 양현석의 이미지나 평판 때문이 아니었다. 수장 양현석과 소속 가수들이 받고 있는 혐의 또는 의혹이 오히려 YG와 양현석의 이미지나 평판을 추락시켰다. 이런 상황에서도 YG 측은 대부분의 상황에 일단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거나 완전하지 않은 해명들만 내놓으면서 대중의 신뢰까지 잃었다.
이날 또한 위너 이승훈이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지만, YG 측은 대중이 기다린 이승훈과 관련한 해명 자료보다 양현석의 사퇴 입장을 먼저 배포했다. 양현석의 긴 글에는 YG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감정이 담겨 있었지만, 현재 YG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명과 이런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불명예스러운 사퇴는 양현석의 이런 무책임과도 떼놓고 볼 수 없다. 이번 공식입장 속 "쏟아지는 비난",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 "모든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는 부분은 오히려 양현석 본인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듯한 모양새다. 그래서 양현석의 사퇴 선언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했고, 나아가 더 큰 비판도 받는 중이다.
이날부로 사퇴한다는 양현석은 공식입장에 자신의 친동생이자 현재 YG 대표이사인 양민석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몇몇 네티즌은 양현석이 사퇴 후에도 비공식적으로 YG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는 곧 양현석의 진정성 여부와도 연관된다. 양현석이 YG 안정화에 함께 할 수 있을지 여러 각도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위기의 YG를 구할 소방사가 되고 싶었던 양현석의 희망사항이 이뤄질까. 명쾌한 해명이 없다면, 결국 YG의 위기는 양현석 없는 체제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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