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현하(26∙가명)씨는 ‘빵지순례’ 6년차다. 맛보고 싶은 빵, 들러보고 싶은 빵 가게를 찾아 이곳 저곳 다니는 것을 종교인들의 성지순례에 빗대 ‘빵지순례’라고 부른다. 빵지순례의 필수 코스로 꼽히는 대전 성심당은 물론, 대구 근대골목단팥빵과 삼송빵집, 부산 3대 빵집으로 불리는 비엔씨∙옵스∙겐츠를 모두 찍고 왔다는 김씨는 요즘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늘 직접 매장을 방문해 줄 서서 사야 했던 유명 빵집의 빵을 집에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빵을 클릭 한번에 배송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는 김씨는 “빵지순례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전국 유명 베이커리 전문점이 온라인 쇼핑몰에 속속 입점하면서 빵 배송 시장 성장이 가시화하고 있다. 60여개 베이커리 업체가 입점해 있는 모바일 신선식품 마트 마켓컬리에 이어 5개 베이커리가 입점한 신세계 온라인몰 쓱닷컴의 ‘베이커리 전문관’이 지난 7일 문을 열었다. 현재 마켓컬리에선 교토마블, 몽슈슈, 비스테, 쓱닷컴에선 나폴레옹, 후앙베이커리, 크림바바 등 유명 베이커리 제품을 주문해 배송받을 수 있다. 특히 전 분야 상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종합쇼핑몰에 베이커리 전문점 다수가 한번에 입점한 건 쓱닷컴이 처음이다.

지난 7일 문을 연 신세계 온라인몰 쓱닷컴의 ‘베이커리 전문관’ 화면. 쓱닷컴 제공

반찬을 내다 일일이 차려 먹어야 하는 밥보다 부담 없이 간편하게 한끼 해결할 수 있는 빵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선 수년 전부터 빵지순례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빵지순례로 지역에서 인기를 모은 일부 베이커리 전문점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진출해 매장을 열기도 했지만, 대다수가 백화점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접근성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생활용품부터 신선식품까지 구색 다 갖춘 온라인 종합쇼핑몰이라도 베이커리 전문점 빵 배송에는 쉽게 뛰어들지 못했다. 공장이나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빵은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매가 가능했지만, 지역마다 소수∙소규모로 운영되는 베이커리 전문점 제품을 온라인 주문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유통기한이 대량생산 빵보다 훨씬 짧은 2~4일에 불과해 일반 택배로는 배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배송하는 동안 신선도는 물론 각 전문점만의 개성 있는 맛과 모양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의 유명 빵집을 직접 찾아가는 ‘빵지순례’를 하며 소비자들이 촬영한 기념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지역의 유명 빵집을 직접 찾아가는 ‘빵지순례’를 하며 소비자들이 촬영한 기념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대구의 유명 베이커리 전문점인 근대골목단팥빵에 다양한 빵이 진열돼 있는 모습을 한 소비자가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캡처

베이커리 전문점을 입점시킨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콜드 체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내부 온도가 10도 이하로 유지되는 차량으로 제품을 당일 배송하는 것이다. 입점한 전문점이 그날 만든 빵이 쇼핑몰의 물류센터에 입고되면 고객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콜드 체인 차량에 싣는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물량 대부분이 소진되지만, 간혹 남는 경우는 전량 폐기한다”고 말했다. 빵 모양을 원형대로 유지하기 위해 별도 포장용기를 제작하기도 한다.

보관과 배송이 제한적인 점을 감안해 쓱닷컴은 빵 한 종류당 하루 평균 100개까지 판매한다. 이름난 오프라인 빵집에서 빵 하나가 하루 1,000~2,000개 팔리는 걸 감안하면 많지 않다. 적은 물량은 오히려 희소 가치를 높인다. 줄 섰다 먹는 빵지순례처럼 고객들이 다시 주문할 수 있는 다음날을 기다리게 만드는 효과다. 문형길 쓱닷컴 바이어는 “입고 물량이 오전 중 순식간에 동 날 때가 많다”며 “고객 수요가 높다고 보고 유명 빵집 추가 입점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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