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예산요구 현황.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 내 각 부처가 내년에 총 498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달라고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한 재정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내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14일 발표한 ‘2020년도 예산 요구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각 부처가 기재부에 제출한 예산ㆍ기금의 총지출 요구액은 498조7,000억원이었다. 올해 예산(469조6,000억원)보다 6.2% 증가했다. 여기에 재정분권 계획에 따라 지자체로 넘어간 사업(3조6,000억원)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증가율은 7.3%에 달한다. 2012년(7.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정부 예산안이 각 부처의 요구액을 다소 웃도는 수준에서 확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는 평가다.

분야별로 예산 요구액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예산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보건ㆍ복지ㆍ고용 분야의 내년 예산 요구액은 181조7,000억원으로, 올해(161조원)보다 12.9% 늘어났다. △한국형 실업부조(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씩 6개월간 지급) △기초생활보장제도 포괄범위 확대 △기초연금 인상(소득 하위 40%까지 30만원)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예산이 대거 반영된 결과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자영업자와 고용시장 밖에 놓여있는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은 참으로 아픈 부분”이라며 “재정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한 바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와 함께 제이(J)노믹스의 한 축인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 요구도 늘었다. 연구ㆍ개발(R&D) 분야는 9.1% 증액(올해 20조5,000억→내년 22조4,000억원)이 요구됐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수소경제ㆍ인공지능(AI) 등 4대 플랫폼과 드론ㆍ스마트공장 등 8대 선도사업 등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밖에 국방(8.0%ㆍ46조7,000억→50조4,000억원) 환경(5.4%ㆍ7조4,000억→7조8,000억원) 등이 늘었다.

반면 건설경기와 직결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요구액은 18조1,000억원으로 8.6% 감소했다. 농림ㆍ수산ㆍ식품 분야(19조2,000억원) 또한 4.0%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투자로 인프라가 축적되고, 대규모 지역밀착형 사업이 지방으로 이양된 SOC, 농림 분야 등의 증가율은 낮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도서관ㆍ체육ㆍ문화시설 등 생활 SOC에 총 3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만큼, 넓은 의미의 SOC 예산 규모는 내년에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기재부는 각 부처의 요구안을 토대로 2020년 예산안을 편성ㆍ확정해 오는 9월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