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측, 마약 혐의에도 경찰 조사 제대로 받지 않은 정황 공개
노래 ‘사랑을 했다’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아이콘(iKON)의 리더 BI(본명 김한빈)가 3년 전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당시 경찰 조사도 제대로 받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약 투약을 말린 정황을 공개한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한모씨는 인스타그램으로 YG 연루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BI의 마약 관련 혐의와 경찰의 유착 의혹 등을 공익신고 한 방정현 변호사는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한 석연찮은 점을 지적했다.
방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한씨는 2016년 8월 21일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앞서 검거된 판매책이 한씨와 BI에게 마약을 팔았다고 증언해 체포된 것이다. 당시 경찰은 YG 소속 아이돌 가수하고도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느냐고 먼저 물어보기도 했다. 경찰은 한씨의 휴대폰에서 BI와 마약 관련 대화를 나눈 카카오톡 화면을 증거로 확보했다. 이날과 다음날 이어진 1, 2차 피의자 신문에서 한씨는 BI가 마약을 구해달라고 해서 구해줬고, 같이 투약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이미 경찰이 카톡 증거까지 다 갖고 있어서 이런 얘기를 다 했다”고 말했다고 방 변호사는 전했다.
그러나 BI의 마약 거래 및 투약 혐의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방 변호사는 설명했다. 한씨가 당시 경찰 조사 후 YG 측에 진술 내용을 전했고, 다음날 YG 사옥 7층에서 양 대표를 만났다. 방 변호사는 “양(현석 YG) 대표가 한씨에게 ‘너 같은 거는 쉽게 불이익을 주는 건 일도 아닌데’라고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BI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면 충분한 사례를 해주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처벌받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다”고 한씨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자리에서 양 대표는 “우리는 정기적으로 마약 검사기로 검사하고 적발이 되면 일본에 보내 마약 성분을 배출해내는 수액을 맞춘다. 지금 마약 검사를 해도 우리 연예인들은 안 나올 거다”라고 했다고 한씨는 주장했다.
한씨는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 처벌을 받지 않게 해주겠다는 양 대표의 말을 믿고 3차 신문에서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방 변호사는 “실제로 (YG가 연결해준) 변호인이 선임이 됐고,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옆에 앉아서 한씨가 진술할 원고를 다 써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궁하지 않고 한씨가 번복한 진술을 모두 다 받아들였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미 작성한 1, 2차 조서에서도 BI에 대한 진술과 카카오톡 증거가 모두 빠진 것이다. 방 변호사는 올해 4월 한씨의 제보를 받고 경찰 조서를 복사, 열람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 증언과 증거가 모두 삭제됐기 때문에 BI는 경찰 조사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방 변호사는 “보이 그룹 멤버 하나가 이 사건과 관련해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은폐하려고 시도했던 정황이 카톡 대화에도 있다”면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방 변호사는 특히 “저희가 한 게 사실 비실명 대리 신고이고, 제보자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익명으로 제보를 하고 보호를 받는 시스템”이라며 “그런데 제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식의 보도가 나가고 기사가 나가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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