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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년 연장의 발전적 방향

입력
2019.06.15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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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일요진단 ‘경제 이슈 홍남기 부총리에게 듣는다’ 영상 캡쳐
KBS 일요진단 ‘경제 이슈 홍남기 부총리에게 듣는다’ 영상 캡쳐

최근 경제부총리가 정년 연장 검토를 언급했다. 60세로 정년을 연장한 지 3년 된 시점에서 또 연장을 언급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함을 뜻한다. 58년 개띠가 작년에 만 60세가 됨으로써 퇴직 첫걸음을 내디뎠고 올해부터 15년간 베이비부머의 퇴직이 이어진다.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에서 장년 취업률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다. 대량 퇴직이라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정년 연장에 원론적으로 공감하는 이유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재고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정년을 연장한 지 이제 3년 지났다. 경제 주체들이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부작용이 최소화된다. 최저임금 문제는 인상의 방향 때문이 아니라 인상의 속도 때문에 경제 주체들이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큰 트럭은 핸들을 조금씩 천천히 돌려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복잡성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정책 시행에 따라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누구도 모른다. 정년 연장의 폭을 2세 정도로 하든지 아니면 5세를 연장할 거면 시기를 늦추어야 한다.

둘째, 계속적인 정년 연장이 노후 양극화에 일조하지 않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3년 전의 정년 연장에서 보았듯이 정년 연장을 실시하고 명예퇴직이나 임금피크 등으로 대응하는 곳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다. 이런 직장 근로자는 노후 준비가 하위권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연금이나 소득이 상위권에 속한다. 반면 사정이 어려운 기업은 정년이 있더라도 그 전에 그만둬야 한다. 기업 이익이 줄어드는데 버티고 있기 힘들다.

노동시장의 연령별 소득분포를 보면 50대 이후에 소득양극화가 커지는 걸로 나타난다. 직장에 계속 있는 사람과 일찍 퇴직한 사람과의 차이에 기인한다. 지속적인 정년 연장은 자칫하면 이런 격차를 확대시켜 노후소득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 노후생활의 빈곤으로부터 보호해줘야 할 사람들이 정작 정년 연장의 혜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

셋째, 정년 연장과 함께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출 경우 어떤 그룹은 퇴직 후 소득 공백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는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추어져도 큰 문제가 없다. 늦게 수령하는 만큼 연금 금액도 많아진다. 하지만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찍 퇴직한 사람은 연금 수령 시기가 늦추어지면 길어진 소득 공백 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막막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완화할 조치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5060 세대의 재취업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5060 퇴직자들의 재교육이 시급하다. 어학을 배우고 교양을 공부하는 단계를 넘어, 먹고 살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해야 한다. 베이비부머는 교육 수준이 높아 재교육 효율이 높다. 공부해서 자격증도 잘 딴다. 학령 인구의 감소로 남을 예산을 재취업을 위한 재교육에 할당해야 한다.

재취업 시장의 정비도 필요하다. 5060 세대의 재취업 시장은 각자도생이다. 정해진 길도 없고 안내도도 없으며 혼자서 찾아가야 한다. 재취업, 창업, 창직 등 다양한 길을 걷지만 정형화된 패턴이 없다. 그러다 보니 퇴직 후에 평균 2, 3번 직장을 옮겨다닌다. 사회 역시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 로봇화와 자동화의 물결에 자칫하면 고령자의 일자리들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수년 전만 해도 주유소에 보이던 고령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속도가 너무 빠르다. 고령자 일자리와 효율의 접점을 찾아가야 한다.

정년 연장에만 초점을 맞추면 근로자나 정부의 부담을 기업이 분담하는 차원에서 그친다.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5060 세대의 재취업 시장을 활성화해야만 사회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사회에서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베이비부머를 보는 젊은 세대의 시선도 달라진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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