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투약 혐의 무마에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양현석 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해당 의혹을 제보한 A씨로 지목된 한서희가 양 대표의 사건 개입을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 12일 아이콘의 전 리더였던 비아이가 2016년 마약을 구매하고 투약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뒤 팀 탈퇴와 YG 전속계약 해지 소식을 연달아 전하며 충격을 전했다.
비아이의 마약 의혹을 보도한 매체는 2016년 비아이가 마약구매와 관련해 A씨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함께 공개했다. 해당 대화에서 비아이는 A씨에게 마약을 구해달라고 부탁했고, 직접 투약했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까지 포착됐다. A는 최초 심문 과정에서 “비아이에게 마약을 전달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3차 조사에서 “마약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비아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비아이는 경찰에 소환되지 않은 채 해당 사건은 마무리 됐다.
비아이의 마약 의혹이 불거진 뒤, 같은 날 KBS1‘ 뉴스9’은 “사건 관련 핵심 관계자가 ‘양 대표가 피의자(A씨)에게 진술 번복을 강요하고 변호인까지 붙여줬다’고 증언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하며 비아이의 마약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양 대표가 비아이의 마약 사건을 무마에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 가운데 13일 또 다른 매체는 2016년 당시 비아이와 마약 관련 대화를 나눈 당사자이자 양현석의 비아이 마약 사건 무마 개입 사실을 공익신고 한 제보자 A씨가 한서희라고 보도했다. 한서희는 과거 그룹 빅뱅의 멤버 탑과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보호관찰 120시간 등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경찰은 2016년 8월 한서희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 됐을 당시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비아이와의 마약 관련 대화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도 이후 한서희가 비아이와 대화를 나눈 A씨가 맞는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됐지만 별다른 공식 입장은 전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 한서희는 양 대표의 사건 무마 개입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이날 ‘뉴스데스크’와의 전화 통화에 응한 한서희는 “양현석이 변호사 선임을 해줬고 진술 번복도 지시한 것이냐”는 질문에 “다음에 말하겠다”면서도 “기자님이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말해 뭐하겠냐. 솔직히 알지 않냐”고 답했다.
이어 한서희는 “기사 나온 대로가 다 맞다. (이 내용을) 말하면 저 회장님께 혼난다. 저는 진짜 아무 말도 못한다. 휴대전화 번호도 바꿀 것”이라고 대답을 회피함과 동시에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이에 YG 측은 “당시 한 씨를 만나 진술을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자체 검사에서 비아이는 마약 반응이 나오지 않았으며, 한 씨가 자신의 죄를 경감 받으려고 비아이를 언급해 바로 잡으려 한 것”이라는 입장은 고수했다.
이날 KBS ‘뉴스9’ 측은 공익제보자 A씨로 알려진 한서희를 대신해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한 방정현 변호사와의 인터뷰 내용까지 추가 공개한 상황이다.
해당 인터뷰에서 방 변호사는 제보자(한서희)가 2016년 4월경 비아이와 함께 대마를 흡입했으며, LSD 역시 과거 아이콘의 숙소 앞에서 직접 전해줬고 당시 비아이가 숙소 앞에 있는 ATM기에서 직접 현금을 찾아 줬다고 증언했음을 밝혔다.
또 방 변호사는 양 대표가 2016년 당시 제보자(한서희)로부터 비아이의 마약 투약 관련 이야기를 들은 뒤 YG 사옥으로 제보자를 불러 휴대폰을 빼앗고 “너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쉽게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소속사 연예인들은 당장 마약 검사를 해도 검출이 안 될 거다. 나는 우리 소속사 연예인들이 그런 문제로 경찰서 가는 것이 싫다. 충분히 사례도 하고 변호사도 선임해 줄 테니 경찰서에 가서 모든 진술을 번복하라”고 외압을 가했다고도 주장했다.
방 변호사는 “제보자(한서희)는 양 대표가 선임해 준 변호사와 3차 조사를 가서 모든 진술을 번복했고, 해당 변호사는 진술을 하나하나 메모지에 적어서 옆에서 계속 코치했다”며 “결국 경찰은 이전에 제보자가 비아이와 함께 대마를 흡입했던 사실, 직접 LSD를 구해준 사실 등을 진술했었음에도 시간을 벌어준 뒤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제보자는 이런 문제들을 세상에 알리고 바로 잡고 싶다는 강한 생각에 용기를 내 신고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서희가 권익위원회에 비아이의 마약, 경찰 수사 당시 양 대표의 개입, YG와 경찰 간의 유착 관계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익신고를 한 가운데, 비아이와 ‘빠른 손절’을 택했던 YG는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연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권익위원회의 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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