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다 알고 지냈지만 실제 본 적 없는 사이
단순한 홀짝, 사다리게임 주선하고 판돈 걷어
청소년도 이용하는 인기 온라인 게임에서 도박 참여자들을 끌어 모아 사이버 도박장을 연 20대 청년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와 ‘바람의 나라’에서 사이버 도박을 홍보하는 등 사이버 도박장을 운영한 김모(24)씨를 형법 제247조 위반(도박장소 등 개설)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14일 밝혔다. 주범인 김씨의 제안으로 범행에 가담한 20대 청년 3명은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일정한 직업 없이 온라인 게임을 하다 서로 알게 된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이버 도박장을 운영했다. 이들은 인기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의 머리 위 말풍선에 카카오톡 아이디를 포함한 도박 홍보 문구를 띄우는 식으로 도박 참여자들을 끌어 모았다. 카카오톡으로 연락해 온 이용자들을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홀짝이나 사다리게임 사이트로 안내했다. 이들 4명은 돌아가며 딜러가 돼 게임을 주선하고 판돈을 걷었다.
이들이 9개월간 굴린 판돈 규모는 19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공용 계좌로 판돈을 받고 배당금을 내줬다. 다른 사이버 도박장 규모와 비교했을 때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체 이용가 게임에서 불법 호객을 한 점에 미뤄 도박 참여자 300여명 가운데 미성년자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입금 및 출금 기록이 수백, 수천 건에 이르는 도박 계좌 특성상 이들이 도박수익금을 얼마나 나줘 가졌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3월말 경찰이 동결한 이들의 공용계좌엔 9,000만원 상당의 돈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일단 이들이 돈을 빼갈 수 없도록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온라인으로만 소통했을 뿐 실제로 만난 적은 없는 사이였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사이버 매체를 통한 도박장 홍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 게임이나 유튜브를 많이 접하는 청소년들이 도박 유혹에 쉽게 빠진 위험이 있으니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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