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당 “국회 공전, 손 보겠다” 당론 발의 추진하며 불붙여
한국당 “野 탄압이자 위협” 반발… 법안 논의 이뤄질지는 미지수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정치권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4월 이후 민생법안 처리 실적이 전무한 ‘식물국회’로 전락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게 국민소환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국회의원을 사후적으로도 직접 심판할 수 있게 해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실질적인 통제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여기에 잇단 막말 논란으로 더는 정치혐오를 부추겨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한몫 했다. 그러나 국민소환제 논란이 청와대와 보수야당 간 충돌로 비화하면서 법안논의가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민소환제 이슈에 불을 붙인 건 거대양당이 아닌 민주평화당이다. 평화당은 ‘일 하지 않는 국회’를 손 보겠다며 국민소환제 제정안을 당론 입법하기로 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른다. 답답한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며 “이미 발의된 법안이 있지만, 당론으로 발의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해내겠다”고 말했다.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이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위법행위를 한 경우 지역주민이 투표를 통해 해당 의원을 해임시킬 수 있는 제도다. 2006년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소환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소환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국민소환제 제정안은 이전 국회에서도 빠지지 않고 발의됐다. 다만 18ㆍ19대 국회에서는 발의 건수가 1건에 그칠 정도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18대는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19대는 당시 황주홍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했다.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정 대표가 이달 안에 제출할 법안까지 감안하면 20대 국회 들어 제출된 법안은 4건으로 늘었다. 김병욱ㆍ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은 물론 황영철 자유한국당(법안 발의 당시 바른정당 소속) 의원과 정 대표 등 야당 의원들도 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2016년 12월)한 김병욱 의원은 “발의할 때만 해도 눈치를 많이 봤지만, 옛날보다 찬성 여론이 확산된 것 같다”며 “더는 국회 공전이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도 이뤄져 논의하기 좋은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소환제를 두고 청와대와 보수야당 간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법안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보수야당은 전날 청와대의 국민소환제 입장에 대해 ‘야당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전날 국민소환제 도입 국민청원에 대해 “국회가 일을 하지 않아도 주권자인 국민은 국회의원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 계류 중인 법안이 20대 국회를 통해 완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이에 대해 “청와대가 삼권분립을 침탈하면서까지 야당 탄압의 주문을 외우며 사실상 국민 선전선동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행정부가 국민청원이란 홍위병을 동원해 입법부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