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광화문에 기습설치
철거 최후통첩 시한 지났지만
“3ㆍ10 애국열사 추모 공간” 버텨
하루 종일 인파가 끊이지 않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그 광장엔 대한애국당의 ‘3ㆍ10 애국열사 추모천막’이 자리잡고 있다. 3ㆍ10 애국열사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을 내렸을 당시 이에 항의하다 숨진 이들을 뜻하는, 대한애국당의 용어다. 분향소까지 설치됐지만 “불편해서 괜히 빙 둘러 다닌다”는 시민들 불만이 적지 않다. 하필이면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간 ‘기억과 빛’ 옆에 바싹 붙어 있는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소다.
13일 오후 8시. ‘3ㆍ10 애국열사 추모천막’ 위로 또 하루 해는 저물었다. 이 시각은 서울시가 3차 행정대집행 계고서를 보내 천막을 자진철거하라고 통보한 시한이다. 대한애국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박태우 대한애국당 사무총장은 “천막 안에 발전기와 휘발성이 있는 연료가 있어 강제철거를 시도할 경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500여명의 당원들이 모여 천막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전에 이미 천막은 점차 더 견고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 기습설치 당시 2개동에 불과하던 천막은 그 뒤 천천히 대형 막사 하나 더 짓는 걸로 이어지더니 지금은 취사 도구, 취침 공간까지 다 갖췄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조례에 따르면 광화문광장 사용 목적은 문화와 여가 활동이며, 사용 7일 전까지 목적 등을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대한애국당 천막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서울시는 곤혹스럽다. 시는 계고서를 통해 “대한애국당 소유의 천막, 책상, 의자 등이 광장을 방문하는 시민에게 상당한 불편 등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시민들로부터 즉시 철거를 요청하는 민원이 폭주해 시 공무원들의 업무 추진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 쓴소리도 이어진다. 광화문광장 인근 직장을 다니는 김형수(46ㆍ가명)씨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곳인데 부정적 인상을 줄까 봐 우려된다”면서 “시에서 빨리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돌 우려도 있다. 대한애국당은 굳이 맞은편 쪽에 있는 위치한 세월호 추모공간 ‘기억과 빛’ 앞에서 집중적으로 집회를 연다. 괜한 불상사를 노리는 듯한 행동이다. 실제 지난달 31일에는 대한애국당 천막 철수 문제를 두고 유튜버 김모씨와 대한애국당 당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김씨 등 5명이 폭행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입건되기도 했다. 종로경찰서는 결국 대한애국당 천막 주변에 경비병력을 보내 충돌 가능성에 대비토록 했다. 인근 직장인 신지현(29ㆍ가명)씨는 “대한애국당 당원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폭행사건이 벌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지금은 대한애국당 천막을 피해 먼 길로 돌아다니고 있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서울시는 지속적인 경고 이외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애국당의 대응이 워낙 강경한데다, 자칫 행정대집행을 강행했을 경우 인명사고 등 돌발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행정대집행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것일 뿐 불법 설치된 천막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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