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친서 전달 때 대화 공개… “이희호 여사가 남긴 유지 받들어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들은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다음 날 밝혔다.
이 여사 장례위원회 부위원장인 박 의원은 1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날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이 여사 측에 전달하기 위해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을 찾았던 김여정 제1부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박 의원은 김 제1부부장이 “국가안보실장이 나온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이 얘길 하며) 밝은 미소를 띤 것을 보니 정 실장이 (조의문과 조화 수령을 위해) 나온 것을 환영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 인사가 만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김 제1부부장에게 “(이 만남이) 반드시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길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의 말을 경청하던 김 제1부부장은 한번 웃음을 지은 뒤 단호한 말투로 “이희호 여사님의 그러한 유지를 받드는 것이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께 그러한 말씀을 보고 드리겠다”고도 덧붙였다. 박 의원은 “제가 좋은 방향으로 해석을 하려고 노력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이희호 여사가) 남북 간 끈을 이어주신 것이다”라고 전날 만남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이날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ㆍ15 남북 정상회담 19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축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제1부부장이 직접 판문점에 와서 조의를 전달한 것이 지금 남북관계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어도, 이희호 여사님이 남기신 유지를 소중하게 받들겠다는 데 대해서는 남북이 모두 공감한 것이니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소천한 이희호 여사는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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