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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팔아 돈 내놔” 아들이 폭언... 학대받는 어르신 사상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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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팔아 돈 내놔” 아들이 폭언... 학대받는 어르신 사상최대

입력
2019.06.14 11:00
수정
2019.06.14 21: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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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남동구에서 홀로 사는 노인 A(68)씨는 아들로부터 꾸준히 “아파트를 팔아 돈을 달라”, “빨리 죽어라”는 폭언에 시달렸다. 겨우 돈을 마련해 1,000만원을 건넸는데도 아들의 학대는 그치지 않았다. 계속 집을 팔아서 돈을 달라고 요구하던 A씨의 아들은 지난해 어느날 밤 몰래 찾아와 불을 지르려는 시도까지 했다. 다행히 화재는 막았지만 A씨는 그 이후 집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밤에는 경로당에서 지내고 있다.

지난해 노인 학대 건수가 5,000건을 넘어서면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 노인들은 가정에서는 폭언이나 위협 등으로 정서적 학대를, 요양원 등 시설에서는 제대로 돌봄을 받지 않는 방임 위기에 내몰리고 있었다.

14일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내놓은 ‘2018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 학대 신고 건수는 1만5,48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노인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5,288건이다. 이는 전년(1만3,309건ㆍ4,622건)보다 각각 16.3%, 12.2%로 증가한 수치다. 노인 학대로 신고된 후 또 다시 학대를 저지른 재(再) 학대 신고건수도 488건으로 전년보다 1.6%포인트 늘었다. 이상희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노인보호전문기관의 지속적 확충,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등으로 은폐됐던 노인학대 사례에 대한 신고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직 직원, 지역보건의료기관의 장과 종사자, 노인복지시설 설치 및 관리업무 담당 공무원 등 3개 직군을 신고의무자 직군에 추가해 17개 직군으로 확대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연도별 노인학대. 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연도별 노인학대. 김경진기자

지난해 발생한 노인학대 중 10건 중 9건(89%ㆍ4,616건)은 가정 내에서 일어났다. 이어 생활시설 380건(7.3%), 병원 65건(1.3%) 등의 순이었다. 가정 내에서는 주로 비난이나 모욕 등 정서적 학대(45.7%)나 물리적인 힘이나 도구를 이용하는 신체적 학대(38.7%)가 일어났다. 반면 요양원 등 시설 내에서는 노인의 의식주나 의료를 제대로 챙기지 않고 방치하는 방임(43.5%)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성폭력을 가하는 성적 학대(27.9%)가 많았다. 이현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시설에서 일어난 학대의 경우 욕설이나 폭언 등의 정서적 학대를 추후 입증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방임처럼 명확한 증거가 있는 학대 사례가 많다”고 했다.

치매 노인은 학대에 더 취약했다. 치매 노인에 대한 학대는 1년 사이 1,122건에서 1,207건으로 늘었다. 치매 학대피해 노인의 경우 의료인이나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기관 종사자(631건ㆍ40.1%)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이어 아들(422건ㆍ26.8%), 배우자(141건ㆍ9%) 순이었다. 65세 이상의 학대 행위자가 같은 노인을 학대하는 노ㆍ노 학대는 지난해 2,051건으로 전년(2,188건)보다 6.3%포인트 줄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3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노인학대 행위자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기 위한 상담 및 치료ㆍ교육 표준권고안 마련과 신고의무자 직군 확대 등 노인 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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