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황태현 에콰도르 꽁꽁 묶어… 양 팀 통틀어 가로채기 5회 최다
정호진은 16강부터 3경기 패스성공률 85%... 끈덕진 수비 자랑해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 결승에 진출한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이강인(18ㆍ발렌시아)과 이광연(20ㆍ강원)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그 뒤에서 묵묵하게 그라운드를 지킨 ‘언성 히어로(unsung heroㆍ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다. 황태현(20ㆍ안산)과 정호진(20ㆍ고려대)이 대표적이다.
‘캡틴’ 황태현은 4강 에콰도르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나서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상대 공격을 꽁꽁 묶었다. 스포츠데이터분석전문 스포츠매틱스에 따르면 황태현은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가로채기(5회)에 성공하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패스차단 5회, 클리어 4회 등 모든 수비지표에서 최상위권이다.
같은 포지션 경쟁자 이상준(20ㆍ부산)보다 스피드는 부족하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인정받으며 이번 월드컵에서 전 경기 출장해 활약하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강팀을 상대로 6경기 5실점의 단단한 수비를 이끌고 있다.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소집된 황태현은 “내가 돋보이는 것보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만큼 리더십도 있다. 정정용호 출범 이후 꾸준히 주장을 맡아 감독과 선수들로부터의 신뢰가 두텁다. 말수가 적은 ‘엄살라’ 엄원상도 “중학교 때부터 봐서 그런지 (태현이와) 통하는 게 있다”며 황태현과 있을 때는 말이 많아진다. 에콰도르전에서도 체력적으로 힘겨워하는 동료들을 끊임없이 독려하는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수비에 황태현이 있다면 중원에는 정호진이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표팀의 허리를 책임지는 정호진은 최준(20ㆍ연세대)과 함께 유이한 대학생 선수다. 포르투갈전에선 벤치를 지켰지만 2차전부터 4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정정용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 나선 강팀을 상대로 박태준(20ㆍ성남)과 고재현(20ㆍ대구) 등 중앙 미드필더 자원 중 가장 수비적인 성향의 정호진을 중용한 이후 연승행진을 달리고 있다.
정호진은 에콰도르전에서 단 한 번도 상대 돌파를 허용하지 않으며 끈덕진 수비를 보여줬다. 16강 한일전부터 4강 에콰도르전까지 토너먼트 3경기에서 패스성공률 85%를 기록할 만큼 후방에서 안정적인 빌드업을 자랑한다. 포지션 경쟁자 고재현도 정호진을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선수”라 평가하며 “보이지 않는 영웅 같은 플레이를 한다”고 말했다. 1983년 멕시코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썼던 신연호 단국대 감독도 “오세훈, 조영욱처럼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지만 묵묵히 자기 포지션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황태현과 정호진은 16일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에서도 선발 출장할 확률이 높다. 두 선수의 보이지 않는 활약에 따라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초의 FIFA 대회 우승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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