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런 아이가 다 있나 싶었다.”
20세 이하(U-20) 남자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이강인(18ㆍ발렌시아)의 초등학생 시절 스승이었던 최진태(59) 한국 축구 클리닉센터 감독은 13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강인이와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연구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은 꿈나무 육성 차원에서 2008년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를 창단했는데, 당시 최 감독이 이 아카데미의 초대 감독이었다. 이강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카데미에 들어와 초등학교 4학년 스페인으로 떠나기까지 최 감독은 어린 이강인을 가장 지척에서 오랜 기간 지켜본 축구인이다. 이강인은 최감독의 지도하에 1주일에 2~3번, 1회 90분씩 아카데미 훈련장(인천 연수구 옥련초)에서 공을 다뤘다.
“강인이가 부모님 손을 잡고 훈련장에 찾아왔다”고 했다. 공을 주고 ‘놀아 보라’고 했는데, 만 일곱 살짜리가 라보나 킥, 플립플랩, 시저스 등 고난도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고 한다. 최 감독은 “특히 난도가 높은 마르세유 턴(상대를 등진 상태에서 제치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걸 보고 ‘무슨 이런 아이가 다 있나’ 싶었다.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축구 선수로서 신체 밸런스나 공 터치 감각 등 기술적인 부분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타고났다고 한다. 최 감독은 “그냥 공을 몸에 달고 다녔다고 보면 된다”고 기억했다. 이강인은 또래들과는 아예 게임이 성사되지 않을 정도여서 서너 살 위 4, 5학년생들과 섞여 훈련했다.
이강인의 화려한 기술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운동장에 음식을 배달하러 온 중국집 배달원이 어린 이강인의 플레이에 빠져 한참을 구경하다가 중국집 사장에게 호되게 혼났다고 한다. 또 인근 분식집 아주머니들도 ‘축구도 잘하고 귀엽다’면서 공짜 떡볶이를 주기도 했단다. 최 감독은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보다 운동장 밖에서 강인이 플레이를 보는 구경꾼이 더 많았다”라며 웃었다.
공 다루는 기술뿐만 아니라 승부 근성과 강인한 정신력, 축구에 대한 열정 등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고 했다. 이강인이 너무 축구에 몰입하는 것 같아서 부모님과 면담을 했는데, 훈련 후 집에 가서도 마라도나 등 축구 스타 영상만 봤다고 한다. 일부러 수영, 태권도 등 다른 취미 활동을 병행시켰지만, 결국 이강인은 축구공을 가지고 공터로 나갔다고 한다.
경기에서 지거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운동장을 떠나지 못한 채 한참을 씩씩댔다고 한다. 최 감독은 “운동장 밖에서는 정말 순하고 착한데, 운동장에서 공만 던져 주면 야생마로 변했다”면서 “오죽 했으면 ‘막내 형’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나”라며 웃었다.
최 감독은 이강인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을 더 기대했다. 최 감독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팀의 리더가 되고 무거운 책임감이 주어진다면 자신의 능력을 더 끌어올릴 선수”라며 “성인 무대에서 더 완성된 진정한 강인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강주형 기자 cubie@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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