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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중국집 배달원이 초등학생 이강인 플레이에 푹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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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중국집 배달원이 초등학생 이강인 플레이에 푹 빠져…”

입력
2019.06.13 18:00
수정
2019.06.13 19: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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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초등학교시절. 최진태 감독 제공
이강인 초등학교시절. 최진태 감독 제공

“무슨 이런 아이가 다 있나 싶었다.”

20세 이하(U-20) 남자 국가대표팀의 에이스 이강인(18ㆍ발렌시아)의 초등학생 시절 스승이었던 최진태(59) 한국 축구 클리닉센터 감독은 13일 본보와 인터뷰에서 “강인이와의 첫 만남은 강렬했다.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연구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프로축구단은 꿈나무 육성 차원에서 2008년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아카데미’를 창단했는데, 당시 최 감독이 이 아카데미의 초대 감독이었다. 이강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카데미에 들어와 초등학교 4학년 스페인으로 떠나기까지 최 감독은 어린 이강인을 가장 지척에서 오랜 기간 지켜본 축구인이다. 이강인은 최감독의 지도하에 1주일에 2~3번, 1회 90분씩 아카데미 훈련장(인천 연수구 옥련초)에서 공을 다뤘다.

“강인이가 부모님 손을 잡고 훈련장에 찾아왔다”고 했다. 공을 주고 ‘놀아 보라’고 했는데, 만 일곱 살짜리가 라보나 킥, 플립플랩, 시저스 등 고난도 기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고 한다. 최 감독은 “특히 난도가 높은 마르세유 턴(상대를 등진 상태에서 제치는 기술)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걸 보고 ‘무슨 이런 아이가 다 있나’ 싶었다.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축구 선수로서 신체 밸런스나 공 터치 감각 등 기술적인 부분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타고났다고 한다. 최 감독은 “그냥 공을 몸에 달고 다녔다고 보면 된다”고 기억했다. 이강인은 또래들과는 아예 게임이 성사되지 않을 정도여서 서너 살 위 4, 5학년생들과 섞여 훈련했다.

이강인의 화려한 기술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한번은 운동장에 음식을 배달하러 온 중국집 배달원이 어린 이강인의 플레이에 빠져 한참을 구경하다가 중국집 사장에게 호되게 혼났다고 한다. 또 인근 분식집 아주머니들도 ‘축구도 잘하고 귀엽다’면서 공짜 떡볶이를 주기도 했단다. 최 감독은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선수보다 운동장 밖에서 강인이 플레이를 보는 구경꾼이 더 많았다”라며 웃었다.

최진태 감독이 13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이강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진태 감독이 13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이강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공 다루는 기술뿐만 아니라 승부 근성과 강인한 정신력, 축구에 대한 열정 등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고 했다. 이강인이 너무 축구에 몰입하는 것 같아서 부모님과 면담을 했는데, 훈련 후 집에 가서도 마라도나 등 축구 스타 영상만 봤다고 한다. 일부러 수영, 태권도 등 다른 취미 활동을 병행시켰지만, 결국 이강인은 축구공을 가지고 공터로 나갔다고 한다.

경기에서 지거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운동장을 떠나지 못한 채 한참을 씩씩댔다고 한다. 최 감독은 “운동장 밖에서는 정말 순하고 착한데, 운동장에서 공만 던져 주면 야생마로 변했다”면서 “오죽 했으면 ‘막내 형’이라는 별명이 붙었겠나”라며 웃었다.

어린 이강인이 친구들과 함께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최진태 감독 제공
어린 이강인이 친구들과 함께 장비를 정리하고 있다. 최진태 감독 제공

최 감독은 이강인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을 더 기대했다. 최 감독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지만, 팀의 리더가 되고 무거운 책임감이 주어진다면 자신의 능력을 더 끌어올릴 선수”라며 “성인 무대에서 더 완성된 진정한 강인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강주형 기자 cubie@hanko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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