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의원들의 막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자유한국당이 ‘사과’에서 ‘반격’으로 태세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일수록 되레 ‘막말 프레임’이 고착화할 수 있고, 여권에 공격의 빌미만 제공한다는 판단에서다. 당 지도부는 막말 공세에 집중 대응하는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재해 및 건전재정 추경 긴급토론회에서 “최근 해외순방의 일정을 비판한 칼럼에 대해 청와대가 정정해줄 것을 엄중히 요청했다고 한다”고 전하며 “정정이 아닌 검열이고, 요청이 아닌 협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 등에 대한 비판과 관련, “대통령 해외순방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야당의원이 대신해서 이야기했는데, 듣기 싫은 불편한 이야기이니 곧바로 막말로 규정했다. 이제 무슨 말을 해도 막말이라고 할 기세”라며 “우리 당은 이 침묵을 강요하는 정권, 공포를 조장하며 순종만 강요하는 정권에 절대로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북유럽 순방을 ‘천렵(川獵ㆍ고기잡이)질’에 빗대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집중 비난을 받은 민 대변인 논란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비슷한 논란 재발 땐 적극 대응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지난 11일 민 대변인 발언이 논란이 되자 “아무거나 막말이라고 말하는 그 말이 바로 막말”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지난달 31일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정용기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자, 즉각 “저희가 국민들에게 송구하단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황 대표는 이날도 청와대를 비판하면서 “이 정권은 피아식별조차 못하는 소아병에 걸려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어린아이에게 걸리는 병을 뜻하는 소아병도 막말로 볼 거냐’는 작심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 지도부가 강공모드로 선회한 것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불리한 프레임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또 최근 들어 언행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황 대표의 당부에 당 소속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야당은 입이 무기, 여당은 돈이 무기인데 야당 대표가 풀어야 할 입까지 틀어막고 있다”고 했고, 김진태 의원도 “문 대통령은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고 하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당을 도둑놈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사과를 못 받으면서 우리만 맨날 사과해야 하냐”고 비판했다.
이 일환으로 한국당은 조만간 박성중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미디어특위’도 출범시킬 예정이다. 막말 논란 등 자당에 비판기사가 이어지는 데는 여권에 비해 불리한 언론 환경도 원인으로 보고, 특위를 중심으로 왜곡보도 등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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