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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듀파인 접속만 수십분... 뿔난 사립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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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에듀파인 접속만 수십분... 뿔난 사립유치원

입력
2019.06.14 04:40
수정
2019.06.14 13:5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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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전체 사립유치원 도입 앞두고

도입 현장에선 “준비 안 된 시스템” 원성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유치원ㆍ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교육 당국 관계자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유치원ㆍ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교육 당국 관계자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번 접속하는 데 길게는 수십 분이 걸리고, 보안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접속해야 하는데 다른 업무를 하나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도권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

올해 3월부터 대형 사립유치원에 도입되고 있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접속이 어렵고, 각종 오류가 발생하면서 현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기조’에 흡집이 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립 유치원 원장들이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한 교육부령에 대해 무효소송을 낸데 이어, 에듀파인 도입에 협조적이었던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마저 “준비 안 된 시스템”이란 불만을 표시하면서 내년부터 전체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도입하기로 한 정부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한사협과 교육부에 따르면 한사협은 지난 4월과 지난달 21일 교육부에 ‘에듀파인 문제점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사협은 공문에서 “현재와 같은 장비, 인력 등 지원으로는 2020년 전국 사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전면 도입하는 데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TF 구성을 요구했다. 지난해말 한유총에서 탈퇴한 온건파가 설립한 한사협은 에듀파인 도입에 협조해왔다. 박영란 한사협 공동대표는 “회계 투명성을 위해 에듀파인을 안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지만 시스템 간소화 등 대책이 시급하다”며 TF 제안 배경을 밝혔다.

현장에서는 에듀파인 실행을 위한 기본적인 네트워크마저도 사립유치원에 마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에듀파인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선 보안 유지를 위해 원격업무지원시스템(EVPN) 등 특수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기존 사립유치원들의 인터넷 환경으로는 프로그램 접속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세입과 세출항목을 기입하는 건 고사하고 프로그램 접속 자체가 안 될 때가 많아 컴퓨터를 집어 던지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생소한 회계용어와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교육부는 에듀파인 사용에 익숙한 초ㆍ중학교 행정직원과 전문강사 등 600명으로 연수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선 “유치원교사들이 새 회계 시스템을 익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 ‘순세계잉여금’등 세무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알기 힘든 용어들이 나와 기본 개념부터 공부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누구나 2시간 정도 교육만 받으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힌 데 대해 한사협 관계자는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얘기”라고 했다.

교육부는 앞서 올해 1단계 의무 도입대상(원아 200명 이상) 570개원 중 568개원(99.6%)이 참여해 “사실상 도입률 100% 달성했다”고 홍보하며 “내년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에듀파인 도입에 협조적이던 한사협에서도 불만이 나오자 고심이 깊어졌다. 교육부 사립유치원공공성강화지원팀 관계자는 “조만간 KT 등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들에 품질 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교육부 차원의 지원 및 협조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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