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조재원이 유튜브 개인 채널에서 진행하고 있는 코너 '하우스어택'. 유명인들의 집 안을 공개하고 토크를 나누는 내용이다. 사진은 1월 개그우먼 강유미의 집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안녕하세요. ‘사랑의 카운슬러’ 조재원이에요. 오늘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거죠, 강유미씨?”

1월 유튜버 조재원이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코너 영상 ‘하우스어택’ 4화. 이날은 개그우먼 강유미의 집을 방문했다. 강유미와 즉석에서 콩트 연기를 펼치고,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이 영락 없는 개그맨이다.

2015년 공채 개그맨 지망생이던 조재원은 다음해 유튜브를 시작해 지금은 구독자 수 약 121만명의 유명 유튜버가 됐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단순한 유튜버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재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추구하는 코미디를 이미 하고 있으니 나는 개그맨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더 나아가 희극배우이자 기획자로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개그맨 등용문 된 유튜브 

유튜브가 개그맨 지망생들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방송사 공채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을 갖지 않아도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어 이들 사이에선 또 다른 데뷔의 기회가 된 것이다. 특히 유튜브는 콘텐츠 규제가 까다롭지 않아 개인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구독자 수 약 145만명을 보유한 3인조 그룹 ‘보물섬’(강민석·김동현·이현석)도 과거 공채 개그맨의 길을 꿈꾼 이들이다.

개그동아리에서 만난 세 사람은 2016년 ‘보물섬’이라는 채널을 개설하고 기발한 영상을 기획해 올리기 시작했다. ‘프로게이머 섭외해서 친구 게임 근절시키기’ ‘명탐정 코난 분장하고 친구 범인으로 몰아가기’ 같은 콘텐츠다. 형식과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생생한 장면을 담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이들뿐 아니다. 2017년 시작해 구독자 수가 약 131만명에 이르는 2인조 그룹 ‘더블비’(박민규·장명준)도 과거 방송활동을 꿈꿨던 개그맨 지망생이었다.

개그팀 '보물섬'이 2017년 올린 '남자셋이 침대에 누워서 서로 미래의 아들딸 이름 지어주기' 영상은 누적 조회 수 약 330만 건을 기록했다. 유튜브 영상 캡처
 ◇꼭 TV만이 무대인가 

이들은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을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려운 오디션을 거쳐 데뷔를 하지 않아도 자신이 추구하는 코미디를 대중에 선보일 수 있다. 실패에 대한 위험 부담도 텔레비전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개인이 작가, PD, 출연자의 역할을 모두 하면서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과거 비주류 문화로 여겨졌던 유튜버가 역으로 텔레비전 방송, 책 출간 등 주류 문화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개그 유튜버’에게도 새로운 활동 기회가 열리고 있다.

조재원·싱싱한 싱호 등 6명으로 구성된 개그 유튜버팀 ‘크리웨이터’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주로 개그맨들이 출연하는 ‘릴레이 코미디위크’ 무대에 올랐다. 이어 8월 예정된 ‘제 7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도 초청돼 준비 중이다.

조재원은 “이 일을 하면서 꼭 방송만이 무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온라인 무대는 한계가 없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KBS마저 개그맨 공채 줄여 

공채 시험이 줄고 있는 현실도 개그맨 지망생들을 유튜브로 모이게 하고 있다. KBS 28기 공채 개그맨 출신인 유튜버 ‘싱싱한 싱호’(박성호)는 “KBS 외에는 공채 시험이 없고, 그마저도 매년 치러지는 게 아니라 지망생들이 마냥 공채 데뷔의 기회를 기다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채에 합격됐다 해도 막내로 생활하면서 인지도 쌓기 쉽지 않으니, 유튜버가 대안이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상파 중 SBS는 2016년, MBC는 2013년 공채 시험이 폐지돼 현재 공채가 남아있는 방송사는 KBS뿐이다. 그러나 개그 프로그램의 불황으로 이마저도 매년 열기가 어렵다. KBS는 지난해 2년 만에 공채 시험을 열었으나, 올해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콩트 개그의 시대가 지면서 중견 개그맨들도 유튜브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상파 방송 규제에 막혀 시도해보지 못한 아이디어를 유튜브에서 실험하는 식이다.

10일 유튜브를 시작한 개그맨 정용국은 "지상파에선 방송 심의와 규제 때문에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해 재미가 떨어졌고, 그게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졌다"며 "유튜브는 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잘하면 수익도 낼 수 있겠다 싶어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 넘는 콘텐츠 규제 방법은 없어 

다만 정제되지 않은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유튜브에서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재하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이렇다 할 규제가 없어서 경쟁이 과열되면 지금보다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각자의 자정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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