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국경도시 호텔에서 한국 위성방송 수신 장치가 대부분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북한 투숙객들이 한국 방송을 시청하는 데 부담을 느낀 북한 측 요청에 의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2일(현지시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얼마 전부터 단둥 대부분 호텔방에서 한국 TV 방송 수신장치를 철거하기 시작해 한국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RFA에 따르면 이 지역 호텔들은 손님 유치를 위해 위성 수신장치를 설치, 최근까지 한국 방송을 제공해왔다. 단둥은 대표적인 북ㆍ중 접견지역으로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북한 ‘무역 일꾼’들이 자주 이용하는 도시다.
이 소식통은 여러 호텔에서 동시에 철거 조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아무래도 중국 당국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다”며 “북한 투숙객들이 남한 방송을 시청하는데 부담을 느낀 북한 당국이 중국에 수신장치 철거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 출장자들은 남한 방송을 볼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며 “그들은 북한을 떠나기 전 보위부로부터 남한 방송을 시청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지만 중국에 와서 지시 받은 대로 시청하지 않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소식통 역시 RFA에 “단둥의 경우 호텔 투숙객 중 한국 방송을 주로 시청하는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이라면서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 측이 중국에 한국 방송 수신장치를 제거하도록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드라마, 영화 등 한류문화가 중국에 유입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던 중국 당국이 북한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최근 한국 포털사이트 다음에 이어 네이버까지 접속을 차단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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