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여민지)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수비와 골 결정력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2회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월드컵 16강 진출이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노르웨이와의 마지막 3차전이 남은 만큼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프랑스 그르노블의 스타드 데 알프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대회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0-2로 완패했다. 개막전이었던 프랑스전 0-4 패배에 이은 2연패(승점 0ㆍ골득실 -6)로 조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빠진 한국으로선 18일 노르웨이와의 최종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16강 진출의 실낱 같은 희망을 살려낼 수 있다.
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해 매우 죄송스럽다"며 고개를 숙인 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준비를 잘해서 마지막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대표팀은 프랑스전보다 향상된 경기력을 선보이며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개막전 후반 교체 투입돼 좋은 활약을 펼친 이민아(28ㆍ고베아이낙)와 강채림(21ㆍ인천현대제철)이 선발 출전해 수 차례 공격 기회를 만들며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계속된 득점 찬스에서 확실히 골을 결정짓지 못했고 수비에선 상대의 역습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실점했다. 김도연(31ㆍ인천현대제철)의 자책골과 나이지리아의 에이스 아시삿 오쇼알라(25ㆍ바르셀로나)의 골 모두 수비에서의 약점을 노출한 장면이었다.
윤덕여 감독도 "나름 좋은 기회도 있었지만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스피드가 좋다 보니 우리 수비 배후를 노리는 단순한 공격을 쉽게 막지 못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골 결정력에 대해서도 "슛의 정확성과 파워를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에이스 지소연(28ㆍ첼시레이디스)도 공격수로서 책임을 통감했다. 지소연은 “초반에 좋았으나 전반에 안일하게 했던 것 같다”며 “작은 것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눈물이 쏟아져 한참 말을 잇지 못한 지소연은 “응원해주신 팬들께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다른 선수들이 2연패 충격에 모두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캡틴' 조소현(31ㆍ웨스트햄)만큼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조소현은 “우리가 한 발 더 뛰었어야 했다”며 "아직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는 만큼 3차전은 승리하도록 선수들을 잘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조커로 투입돼 후반 42분 날카로운 터닝 슈팅을 날렸던 여민지(25ㆍ수원도시공사)도 눈물을 흘리며 "노르웨이전에선 우리가 잘하는 것, 가진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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