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우리 선수들아.
한국에서 20세 이하(U-20) 대표팀 경기를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다. 1983년 멕시코 대회 4강에 올랐던 선수들을 대표해 우리가 세웠던 기록을 깨줘서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3명의 모든 선수들이 영웅이다. 미드필드에 (정)호진이나 수비의 (최)준이처럼 자기 포지션에서 묵묵히 역할 수행을 하는 선수들의 활약이 내 눈에는 더 띄는구나.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강인이, 축구에서 골키퍼의 역할이 절반이 넘는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이)광연이는 더 말할 게 필요할까. (오)세훈, (조)영욱이처럼 득점으로 승리를 이끈 친구들도 참 대견하다.
36년 전 유소년 시스템이 없었던 우리 선수단은 고등학생 한 두 명을 빼놓고는 모두 대학생이었다. 동년배들이니 서로 통하는 것도 많았고, 함께 어울리며 호흡도 맞춰갔다. 에콰도르전 결승골도 준이가 강인이랑 수시로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눈 덕분이라지?
돌이켜 보면 우리와 너희가 걸었던 길이 비슷하구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에 질 때만 해도 분위기는 암울했단다. 하지만 우루과이를 이기고 4강에 오른 날, 모두 껴안고 함께 울었다. 그날 넣은 두 골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때 기분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단다. 너희도 그때의 우리와 같은 기분이겠지. 포르투갈전 패배를 극복하고 연전연승하는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지금 너희 활약에 온 국민이 난리가 났다. 다들 이미 잘 알고 있지? 하지만 36년 전엔 인터넷과 SNS가 지금 같지 않아 한국 분위기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고국으로 돌아오던 날 공항에 마중 나온 수많은 인파에 휩싸이고, 남산호텔까지 카 퍼레이드까지 하자 그제야 실감이 났다. 그 흥분은 엄청났는데, 이 상황을 즐기면서도 차분하게 결승까지 오른 너희를 보며 세상이 바뀌었단 걸 새삼 느낀다.
한국 남자 축구 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결승에 올라 새로운 역사를 세운 것에 자부심을 가져라. 대망의 우승까지 단 한 경기 남았다. 힘들겠지만 젖 먹던 힘까지 짜내길 바란다. 선배들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우승이 눈앞이니까.
신연호 전 국가대표 공격수이자 단국대 감독
정리=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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