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2시 3분, 부산 김해국제공항으로부터 직선거리 불과 2~3㎞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삼락생태공원에 수상한 물체를 단 드론이 날아올랐다. 채 10초도 지나지 않은 시간, 신라대 IoT실증센터에 자리한 관제센터와 육군 제53사단 관제센터에는 붉은 빛 경보와 함께 불법 드론의 위치가 명확하게 표시됐다. 각기 다른 곳을 순찰하던 드론 두 대가 관제센터의 원격 조종에 따라 현장으로 출발하고, 동시에 53사단에서는 5분대기조 사병 12명과 폭발물처리반이 함께 현장으로 출발했다.
도착한 군인들이 순찰 드론이 전송해준 영상을 기반으로 불법 드론 조종자와 드론 자체를 발견해 안전하게 포획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이날 진행된 시연에서 드론 탐지부터 식별, 추적, 처리까지 단 10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모든 과정은 5G 통신을 통해 끊기지 않는 초고화질 영상으로 두 관제센터에 생중계됐으며, 관제센터의 명령은 지연 없이 드론과 병력에 전달돼 완벽한 협조 체계가 구축됐다.

SK텔레콤이 신라대 및 육군53사단, 한빛드론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불법 드론 공동 대응 시스템 및 체계를 시범 구축한 것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는 불법 드론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개트윅 공항,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불법 드론이 등장해 항공 운항이 중단되거나 방사능 물질ㆍ폭발물을 탑재한 드론이 주요 인물과 시설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광명 신라대 공공안전정책대학원 교수는 “올해 1월부터 5개월간 김해공항 주변을 추적한 결과, 공항 관제권 등 비행금지 구역 내 891건의 비행 시도가 있었다”며 “연간 전국적으로 불법 드론 이ㆍ착륙이 3만건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에 불법 드론을 체계적으로 관찰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삼락생태공원에 불법 드론이 떠올랐을 때, 이를 공군과 육군, 경찰과 부산시 중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 현재로서는 육안으로 관찰해 안내 방송을 하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최낙훈 SK텔레콤 IoT/데이터그룹장은 “드론 산업에서는 규제가 없기 때문에 활성화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긍정적인 규제를 빠르게 정립해 산업용 드론이 발전할 길을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구축된 대응 체계는 크게 △탐지 △식별 △추적 △무력화 △위해 요소 제거 등 5단계로 나뉜다. 신라대와 한빛드론은 일종의 ‘드론 레이더’인 에어로스코프 안테나를 이용해 반경 18㎞ 이내 불법 드론 비행을 탐지하고, 탐지된 장소로 ‘5G 가드 드론’을 출동시킨다. 이 드론에는 드론에 명령을 내리고 초고화질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SK텔레콤의 ‘T라이브캐스터’ 솔루션과 5G 스마트폰이 탑재돼있어 관제센터와 통신이 가능하다. 위치가 확인된 위험물은 육군이 드론의 전파를 교란해 정지시킬 수 있는 장비 ‘재밍건(Jamming Gun)’을 활용해 제거한다.
향후 2, 3년 이내 드론 산업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SK텔레콤을 비롯한 참여 기관들은 불법 드론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공동 기술 개발과 합동 훈련, 대응 체계 고도화를 3년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SK텔레콤은 5G 시대 드론의 활용도를 높게 보고 산업용 드론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최 그룹장은 “드론은 LTE보다 5G 환경에서 더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앞으로 위험성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며 “향후 찾아올 산업 발전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법 드론의 위해성을 줄일 수 있는 솔루션을 널리 확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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