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정년연장 방안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할 과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급속한 인구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논의를 시작할 필요는 있지만 현실적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달 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TV에 출연해 정년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이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100주년 기념총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정년연장을 지금 해야 하느냐 하는 부분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생산 가능 인구가 줄기 때문에 고령자 분들이 더 많이, 더 오래 일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고령자가 오래 일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년연장뿐 아니라 다른 대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성급하게 정년연장을 시도할 경우 청년실업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아직 청년, 즉 ‘에코세대’가 늘고 있는데 앞으로 몇 년 더 지나야 (증가세가) 해소된다”며 “(정년연장을 하면) 청년 고용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청년세대와 중장년세대가 원하는 일자리가 달라 정년연장이 청년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연 80만명, 새로 진입하는 사람이 40만명”이라며 정년연장이 청년고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홍 장관이 TV에서 “정년연장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밝힌 데 대해 “(당장)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고 인구 고령화와 관련,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측면에서 얘기한 듯하다”고 해석했다. 이 장관은 또 “우리나라 기업 임금체계가 연공서열이 굉장히 강해 (정년연장에) 바로 들어갈 수 없다”며 “60세 정년을 의무화한 지 2,3년 됐는데 이게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금체계 개편 논의 등이 배제된 졸속적 정년연장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한편 정부의 ILO핵심협약 비준 추진과 관련, 이 장관은 이달 중 관계부처, 노사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7월 중 비준안을 외교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이 안을 검토하고 법제처에서 국내법과 상충되는지를 살핀 뒤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최종안을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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