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 회계감독 패러다임을 ‘사후 제재’에서 ‘사전 지도’로 전환하기로 했다. 상장준비기업에 대한 회계투명성 감독도 강화된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금융감독원, 거래소, 기업, 회계법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계감독 선진화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 금융당국은 감리 방식에 기반한 기업회계 부정의 사후적발ㆍ제재 감독의 한계를 인정하고, 기업이 공시하는 재무제표를 수시로 점검해 회계 부정을 사전 예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감리는 금융당국이 외부감사법에 근거해 회계법인이 작성한 감사보고서가 회계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가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금감원 감리 인력은 현재 6명에 불과하고 상장사들의 감리 주기도 평균 20년에 달해 회계감독의 사각지대가 넓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기업 재무제표 심사를 통한 감독에 집중할 예정이다. 심사에서 중대한 회계부정이 발견되면 그때 감리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경미한 위반에 대해선 재무제표 수정을 권고하고 기업이 이를 반영해 공시하면 절차를 마무리한다. 금감원은 재무제표 심사 조직과 감리 조직을 분리 운영하고, 재무제표 심사는 3개월이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선진국에서는 ‘지도’로 종결하는 회계오류를 우리는 회계기준 위반으로 ‘제재’함으로써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을 키워온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거래소와 상장주관사의 상장준비기업 관리ㆍ감독 책임도 강화된다. 상장준비기업 상당수는 감리 대상이 아닌 탓에 회계가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금융위는 상장주관사에 대해 재무제표 확인 등 기업 실사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어길 시 부과되는 과징금 한도(현행 20억원)를 대폭 올린다. 거래소는 충분한 재무정보가 공시되도록 상장준비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 심사를 강화한다.
금융위는 감독기관 내부지침을 3분기 내 개정해 즉각 회계감독 체제 개편을 시행하고, 상장주관사의 책임 확대를 명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