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해 구속기소된 가수 정준영(30)이 지난 3월 29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2016년 가수 정준영(30ㆍ구속기소)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관이 “그냥 휴대폰을 잃어버린 것으로 하자”고 정준영 측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엉터리 수사 때문에 3년간 여성 피해자가 더 생겨난 셈이다. 이번에도 연예계와 경찰간 유착 의혹은 밝혀진 게 없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6년 정준영 동영상 수사 당시 성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 팀장이었던 A(54)씨를 직무유기 혐의 등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A팀장 제안을 받아 정준영 휴대폰을 숨긴 B(42) 변호사도 같은 혐의로 함께 송치됐다.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당시 성동서 수사는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다. 동영상 불법촬영 혐의를 규명하려면 정준영 휴대폰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준영은 수사 직전 휴대폰을 교체했고, B변호사는 2016년 8월 17일 사설 디지털 포렌식 업체에 휴대폰 복구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성동서는 압수수색 등의 방식으로 정준영 휴대폰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

A팀장은 휴대폰 자료도 없는 상태에서 삼일 뒤인 20일 정준영을 불러 조사했다. 정준영 측은 당연히 “합의 하에 촬영했다”며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그러자 A팀장은 B변호사에게 “차라리 휴대폰을 분실한 것으로 쉽게 쉽게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복원을 맡긴 포렌식 업체에다 아예 ‘데이터 복원불가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포렌식 업체가 거절하자 이번엔 ‘24시간 내 데이터 복구 완료된다’고 써 보낸 포렌식 업체의 문서를 조작한 뒤 상부에다가는 거짓으로 “복구에 여러 달이 걸려 나중에 임의제출 받겠다”고 보고했다.

이 사이 B변호사는 포렌식 업체로부터 돌려받은 정준영 휴대폰을 자신의 사무실 금고에다 몰래 감췄다. 이어 ‘복원 불가’라 적힌 가짜 확인서를 만들어 경찰에 냈다. 그 덕에 이 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났다. 하지만 지난 3월 ‘버닝썬 스캔들’을 수사하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정준영 휴대폰을 확보했을 때, 그 직전까지도 휴대폰이 정상 작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A팀장의 기이할 정도로 소극적인 수사 태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A팀장은 ‘휴대폰부터 복원하라’던 당시 성동서 여성청소년수사계장 등의 지시를 묵살하고 심지어 다투기까지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버닝썬 스캔들이 터진 뒤 대기 발령 상태인 A팀장은 “연예인 관련 사건이라 얼른 처리해버리고 싶었을 뿐”이라고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능수사대 관계자는 “그런 점 때문에 A팀장 본인은 물론, 가족 등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 통신조회 등을 진행했으나 기획사 등 연예계와 유착됐다고 볼 만한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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