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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학생들 돌보며 마음으로 듣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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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 학생들 돌보며 마음으로 듣는 법을 배웁니다!”

입력
2019.06.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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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모임 최고, ‘새희망 봉사단’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

2018년 송년의 밤 행사후 최재원(왼쪽 앞줄 세 번째) 새희망 봉사단 회장과 집행부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새희망 봉사단 제공
2018년 송년의 밤 행사후 최재원(왼쪽 앞줄 세 번째) 새희망 봉사단 회장과 집행부가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새희망 봉사단 제공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바람 냄새를 맡고 돌과 풀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잊어버린 놀라운 광경이었지요. 아이들의 초롱초롱하고 순수한 눈망울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합니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와 행복을 배웁니다.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로부터 내가 봉사를 받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구영화학교는 청각장애인 특수학교다. ‘새희망봉사단’(회장 최재원)은 5년 전 영화학교에서 추천하는 청각장애인 학생을 돕자는 취지로 발족했다. 지난 3년간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처음 70~80여명의 회원이 뜻을 모았으나 점점 순수봉사단체라는 목적성이 뚜렷해지자, 걸러지고 영입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는 진성회원 30여명으로 압축되었다.

모임이 결성되는 데 권영진 대구시장의 한 마디가 큰 동기가 됐다. 진사모(권영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에게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청각장애인 후원 단체를 만들면 어떻겠느냐”라고 제안했다. 이강태(1대 회장)씨가 선두가 되어 뜻을 모았다. 5개월간의 준비 끝에 2014년 8월 20일, 노보텔에서 ‘새희망 봉사단’ 발대식을 가졌다. 이강태 1대 회장이 초석을 마련했다면 최동학 2대 회장이 순수 봉사단체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지난해 1월, 최재원 3대 회장이 취임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져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7년 3월 새희망 봉사단 회원들과 후원 학생 가족들이 내도 여행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희망 봉사단 제공
2017년 3월 새희망 봉사단 회원들과 후원 학생 가족들이 내도 여행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새희망 봉사단 제공

운영 원칙은 간단하다. 매달 넷째 주 수요일에 월례회를 개최한다. 연회비와 임원진은 별도의 분담금이 있다. 회비 및 협찬금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후원 학생들에게 매년 각 100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첫해에 장학생 한 명을 추천받았다. 매년 한명씩 늘어나 현재 5명의 학생을 후원 중이다. 특히 회장단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대학과정 동안 매년 100만원씩 추가 장학금을 지원한다. 개별 장학금, 대학 장학금, 생일, 졸업, 입학 선물, 용돈 등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생들도 수시로 월례회에 참석하여 대화도 나누며 가족의 정을 쌓는다. 연 2회 학생 가족들과 국내여행을 함께 하고, 연말 송년회에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영화학교 관계자들도 모두 초대해 잔치를 벌인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정성과 진심을 다했다. 아이들도 차츰 회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알아줬고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어둡고 붙임성이 없던 아이들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새희망 봉사단 2주년기념식에서 새희망 봉사단 회원들과 학생들이 수화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새희망 봉사단 제공
새희망 봉사단 2주년기념식에서 새희망 봉사단 회원들과 학생들이 수화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새희망 봉사단 제공

최 회장은 은지라는 친구와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나 이제 중2학년이 되었다. 최 회장은 은지와의 첫 대면을 회상했다.

“무표정하게 웃지 않는 얼굴이었죠. 아직도 그 모습이 선합니다. 만날 때마다 내 자식과 똑같이 대했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잘 웃고 애교도 많이 부리는지! 별명이 귀요미입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박현주 사무총장이 한 마디를 거들었다. 3년간은 딸아이 3명을 보살폈는데, 작년에 ‘아들’ 2명을 맞았다고 했다.

“딸아이만 키우다가 남자아이 키우려니 어렵더군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서 여드름도 나고 키가 콩나물처럼 쑥쑥 큽니다. 과묵한 성격인데 한번씩 씩 웃어주면 기절합니다. 아들 키우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새희망 봉사단은 학생 후원뿐만 아니라 학생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기도 한다. 2015년 남이섬에 갔을 때다. 쾌활한 성격의 민주 어머니 덕분에 새희망 봉사단 회원들과 급속도로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막걸리 한 사발에 거나하게 취해 서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수화는 몰라도 서로 표정과 몸짓으로 통하고 마음을 여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경사가 났다. 새희망 봉사단에서 사춘기를 보낸 다빈이가 대구대 특수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최 회장은 “지금도 마음에 아른거리는 아이가 있다”고 밝혔다.

최재원 새희망 봉사단 회장(오른쪽)과 3대째 봉사하는 박현주 사무총장(중앙), 이상효 회원이 새희망 봉사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최재원 새희망 봉사단 회장(오른쪽)과 3대째 봉사하는 박현주 사무총장(중앙), 이상효 회원이 새희망 봉사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다 도와주고 싶고 더 많은 아이들을 보살피고 싶은데 아직 재정기반이 약합니다. 현재 5명을 후원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안타까울 뿐입니다.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갖고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싶습니다.”

새희망 봉사단은 남다른 봉사정신으로 영화학교와 학부모의 추천으로 2017년 교육감 표창장을 받았다.

강은주 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이상효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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