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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청년들이여, 고개를 돌려 한국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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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청년들이여, 고개를 돌려 한국을 보라”

입력
2019.06.12 18:06
수정
2019.06.12 19:4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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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

잠리(Zamriㆍ왼쪽) AGIKO 회장이 11일 오후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면담을 마친 뒤 한국과 '동방정책'에 대한 총리의 지속적인 관심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푸트라자야=정민승 특파원
잠리(Zamriㆍ왼쪽) AGIKO 회장이 11일 오후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면담을 마친 뒤 한국과 '동방정책'에 대한 총리의 지속적인 관심에 대한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푸트라자야=정민승 특파원

‘세계 최고령 지도자’ 마하티르 모하맛(94) 말레이시아 총리가 “한국을 더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철권통치, 말레이시아의 부흥기를 이끌면서 펼쳤던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에 다시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말레이시아의 동방정책은 동쪽에 있는 한국과 일본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을 이끌기 위한 것으로, 1984년 처음 추진됐다. 마하티르 총리는 2003년 권좌에서 물러난 뒤 15년만인 지난해 5월 다시 총리가 됐다.

마하티르 총리는 11일 오후 행정수도 푸트라자야 총리집무실에서 ‘한국유학 말레이시아 동문회(AGIKOㆍ아기코)’와 면담을 갖고 “보다 많은 청년이 한국을 배울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한국 기술대학(MKTIㆍ가칭) 설립에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MKTI는 아기코가 총리에게 제안한 말레이시아-한국 공동 설립ㆍ운영 고등교육기관으로, 한국 유학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반기 교육을 맡게 된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와 함께 “대학을 새로 짓기보다는 기존의 교육시설을 이용해 MKTI로 업그레이드하면 좋을 것” 등 구체적인 설립 방안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정부는 우수한 성적의 고등학생들을 선발, 어학연수 1년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에 5년간 유학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택하는 유학생들은 일본으로 가는 학생들의 3분의 1수준인 50~80명에 그친다. 잠리(49) 아기코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MKTI에서 한국어를 익히고 전공에 대한 이해를 넓힌 뒤 한국 유학길에 오를 경우 효과 상승은 물론, 전체 비용이 줄어들어 많은 학생이 한국 유학 기회를 갖게 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하티르 총리는 “1964년 한국을 처음 찾았을 때 경제가 말레이시아보다 못했지만 이제는 삼성이 애플과 경쟁하거나 능가한다”며 “어떤 면에서는 일본보다 나은 한국을 여전히 배울 필요가 있다. 기술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한국을 있게 한) 한국의 가치와 문화, 언어 습득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하티르 총리가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그룹인 아기코 회장단과 처음 면담하면서 단순 기술 외에도 무형의 가치에 대한 습득 필요성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마하티르 총리는 또 인식의 전환을 통해 말레이시아 농업 개혁과 발전에도 아기코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한국에 대한 요청으로도 해석된다. 그는 “매년 600억링깃(약 17조원) 규모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고, 농업 분야 개혁과 발전이 이뤄진다면 이를 줄일 수 있다. 식량 수입 규모를 현행 절반 수준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식량 생산 관련 기술에도 관심을 촉구했다.

잠리 회장은 “작년 말 일본 유학생들로 구성된 단체(ALEPSㆍ동방정책동문회) 모임에 갔다가 마하티르 총리를 만났다”며 “당시 총리가 ‘난 청년들을 한국, 일본으로 모두 보냈는데 왜 한국 유학생들은 보이지 않느냐’는 말을 듣고 2003년 결성 후 유명무실했던 아기코를 부활시켰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국비 한국 유학생 모임으로도 볼 수 있는 아기코의 회원은 현재 2,888명으로, 개인 자격 혹은 기업이나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 유학한 경우까지 포함할 경우 3,500명 수준이다. 말레이시아의 일본유학생 모임인 ALEPS 회원은 1만명에 이른다.

푸트라자야(말레이시아)=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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