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로 부치는 편지’는 U-20 대표팀을 향한 격려 메시지를 편지 형태로 정리해 전달합니다.
자랑스런 한국 축구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요즘 부쩍 내게 오는 전화가 늘었어.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덕에 1983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 4강 얘기가 회자되는데, 연락을 준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이지. 가장 고마운 건 누구보다 36년 전 최고 성적을 넘겨 준 한국 20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과 지도자들이야.
에콰도르와 준결승만 이기면 결승 상대가 누구든 한국이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진짜 결승에 오르게 되니 기쁜 마음뿐이야. 준결승 경기를 보면서는 꽤 흥분되기까지 했고, 우승까지 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더 커졌어. 요즘 선수들 실력이 옛날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어. 무엇보다 다른 대륙 선수들과 상대하면서 겁 없이 뛰는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한국 축구가 이제 진짜 세계수준으로 올라섰단 생각을 했지.
무엇보다 기쁜 건 36년 전처럼 성적을 내겠다며 지도자가 선수들을 무섭게 다그치거나 무리한 훈련을 하지 않고, 체계적인 훈련시스템과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낸 성과라는 점이야. 많이들 알겠지만 36년 전 나는 독재자였어. 멕시코 경기장이 고산지대에 있단 얘길 듣고선 태릉선수촌에 소집된 선수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뛰라고 했지.
한편에선 ‘사람 죽일 셈이냐’며 농반진반 걱정도 했는데 나름대로 효과는 있었어. 처음엔 마스크를 쓴 채 5분 뛰고도 헉헉대던 선수들이 차차 10분, 20분, 30분까지 견뎌 내는 거야. 대회 때 선수들이 펄펄 날고 4강진출이란 성과까지 냈으니 지금 이렇게 얘기하지, 이젠 절대 그러면 안 될 일이지. 지금은 그때처럼 가르칠 수 있는 시대도 아닐뿐더러 그렇게 가르쳐선 절대 안 된다고.
16일 결승전은 편한 마음으로 보려 해. 이강인을 보는 재미가 커. 정말 말릴 수 없는 선수인 데다, 체구는 작지만 두뇌 플레이도 잘 하고 근성도 대단하더라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무한대라고 생각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야. 한 선수만 빛난다고 해서 좋은 팀이 아니거든. 한국에 있는 국민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마음일 거야. 축구로 이토록 큰 감동을 준 너희들은 이미 챔피언이니, 마지막 경기 마음 놓고 즐기고 돌아오길 바라.
박종환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정리=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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