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단독주택 전세 입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구로 이사하면서 사실상 내년 총선에서 종로 출마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 지역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인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출마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연말까지 양측의 보이지 않는 밀당이 계속될 전망이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임 전 실장은 지난 10일 그동안 살고 있던 서울 은평구 주거지를 떠나 종로구 평창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단독주택이며 전세로 입주했다. 평창동 이사는 환경운동연합 출신으로 마당이 있는 집을 좋아하는 임 전 실장 부인 김소희씨가 원했다고 한다.
여권에선 그동안 임 전 실장의 출마 예상지역으로 서울 종로와 중구, 그리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역구인 동작을 등을 꼽았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은 동작으로는 출마 의사가 아예 없고, 중구는 당에서 준비 중인 사람이 많아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임 전 실장 측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 전 실장의 상징성을 봤을 때 종로는 출마하기에 가장 명분 있는 곳”이라며 “정치인이 이사를 했으면 출마 의사가 있는 건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은 정치권 대선배인 정세균 전 의장과 경쟁하고 미래에 대한 욕심 때문에 종로를 고집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고민했지만 총선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공천이 결정되기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 전 실장의 종로 입성 소식에 정 전 의장은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주위에서 불출마를 전제로 후임자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는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의장 측 인사는 “정 전 의장이 21대 총선 출마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종로에 나온다면, 정 전 의장이 임 전 실장보다는 경쟁력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이 21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 당분간 두 사람의 밀당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경선까지 치를 생각이 없어, 정치적 상황을 지켜보다가 막판에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권에선 ‘정세균 총리’ 카드가 종로 공천 교통정리 방안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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