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는 여성을 뒤쫓아가 집에까지 침입하려한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들끓어 오른 여론 때문에 강간미수 혐의까지 적용한 건 무리수란 반론도 적지 않은 사건이어서 검찰 판단이 주목된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처벌법상 주거침입과 강간미수 혐의로 송치된 조모(30)씨 사건은 최근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박은정)에 배당됐다. 검찰은 곧바로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검찰의 고민은 신림동 사건이 폐쇄회로(CC)TV 영상 공개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지만, 법적으로는 강간미수죄까지 적용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는데 있다. 강간미수는 ‘강간을 목적으로 협박이나 폭력을 행사했지만, 성관계에까지 이르지 못한 상태’를 말한다. 신림동 사건에 강간미수죄가 적용되려면 김씨가 여성을 뒤쫓아가 문을 열려고 한 행위 자체가 강간을 염두에 둔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그간 법원의 판례를 보면 강간죄의 폭행ㆍ협박은, 일반적인 형법상 폭행ㆍ협박보다도 좁게 해석됐다. 그냥 때리고 욕설하는 수준을 넘어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게 하거나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 그리고 그 폭행ㆍ협박의 목적이 강간이었는지도 엄격히 따진다.
가령 사촌동생 강간미수 사건에 대한 1990년 판례를 보면, 담을 넘어 방에까지 침입해 여성의 몸을 더듬은 피고인의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대법원은 “강간할 목적으로 집에 침입했다 하더라도, 안방에 들어가 누워 자고 있는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간음을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해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개시했다고 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피해자가 고함치자 바로 도망간 점 등을 고려하면 신체 접촉이 강간의 수단은 아니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조씨가 강간이 아니라 ‘강도’를 목적으로 피해자를 쫓아갔다고 주장한다면, 강간미수 논리는 무기력하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CCTV 영상에서 보듯 조씨는 별도의 신체적 접촉 같은 것은 없었다.
조금 다른 사례도 있다. 새벽 4시에 여성 혼자 있는 방에 침입하려 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1991년 강간미수죄를 인정한 판례를 남겼다. 이 때 법원이 주목한 것은 △범인이 피해자의 방문을 부수고 들어갈 기세로 두들겨댔고 △피해자가 창문에 걸터앉아 ‘다가오면 뛰어내리겠다’고 했음에도 범인이 베란다 등을 통해 계속 침범하려 들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범인이 평소에 피해자를 간음하려 들었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결정타였다.
이 때문에 신림동 사건에 강간미수죄를 적용하려면 검찰이 증거를 꼼꼼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씨의 예전 성범죄 관련 전과를 확인하거나, 평소 성범죄에 관심을 보이거나 계획해왔다는 정황이나 주변인 진술 등을 보강해야 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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