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하노이= EPA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서 외교’를 재개했다. 마지막 친서 이후 5개월, ‘하노이 노딜’ 이후 약 100일 만이다. 북미 대화 교착 상황을 감안하면 내부 체제 및 대미 전략 재정비를 마친 북한의 비핵화 협상 재개 신호로도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면서 “이 친서로 우리가 매우 좋은 관계임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추후 어느 시점’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는 1, 2차 회담 성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비핵화 협상 동력이 약해지는 시점에 친서 외교 재개가 경색 국면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3차 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고, 북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남북ㆍ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협상이 당장 급물살을 타기는 어렵다. 비핵화 방식을 놓고 미국의 ‘빅딜’ 요구와 북한의 단계적ㆍ동시적 해법 간 간극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정상 간 신뢰를 재확인하면서 ‘톱 다운’ 대화의 문을 열어놓은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북미 정상 간 친서 외교 재가동으로 문재인 정부의 ‘촉진자’ ‘중재자’ 역할이 다시 중요해졌다.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가 우리 정부를 통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그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정부는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지도록 미국에는 제재 완화 및 체제 안전 보장, 북한에는 신뢰 회복을 위한 획기적 비핵화 조치 등과 관련된 창의적 제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어제 판문점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통해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보낼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했다. 조문단 파견 불발은 아쉽지만 북미 대화가 막혀 있고 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성의를 다한 조치다. 이 또한 경색돼 있던 남북 간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비상한 상황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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