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오전 과정정부청사 법무부 장관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1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나홀로 브리핑을 한 것이다. 당초 박 장관은 이날 오후2시30분 검찰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 활동과 관련한 브리핑을 겸해 기자간담회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표 직전에 취재진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법조 출입기자단에 통보하면서 사달이 났다. 기자단은 당초 약속과 달라진 것은 둘째 치고라도 질의응답도 없는 브리핑에 들러리로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박 장관은 “대변인이 대신 질문을 받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기자단이 숙의 끝에 브리핑 보이콧을 결정하자 박 장관은 KTV 국민방송을 통해 입장발표를 강행하는 것으로 맞섰다.

이날 해프닝은 여러 가지로 박 장관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될 듯싶다. 사실 과거사위 출범 자체는 박 장관의 업적으로 평가받을 일이다. 사법부와 경찰, 국가정보원 등 모든 권력기관이 과거사를 정리했지만 검찰만 유독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검찰 70년 과거사의 ‘리뷰’를 이끌어낸 박 장관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12월 9명의 과거사위원을 위촉하고 검찰과거사위원회를 정식 발족하는 자리에서 박 장관은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위원들의 열정’이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며 강력한 의지까지 피력했다.

박 장관이 나홀로 브리핑에서 평가한 대로 과거사위의 성과가 없지 않았다. 17건의 검찰 수사 사건 기록을 살펴서 8건에 대해 검찰의 사과를 권고했고, 이에 따라 문무일 검찰총장이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는 검찰 초유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광보다 상처가 더 컸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과거사위의 태생적 한계는 활동 기간 내내 발목을 잡았다. 위원장이 중도 사퇴하고, 과거사위와 실무조사를 맡은 진상조사단 간 의견 대립이 드러나는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고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무리한 수사 권고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로써 수사 권고를 주도한 과거사위원들과 조사실무 검사들이 소송에 휘말리는 등 적잖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1년6개월 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논란에 빠진 과거사위를 평가해야 하는 박 장관의 곤혹스런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사위 출범을 주도했던 장본인이 역사적 기구의 대단원의 막을 사실상 파행으로 내린 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박 장관이 이날 과거사위 활동의 치적과 성과만 부각하면서 평가의 균형마저 포기한 대목에서는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쯤 되면 ‘리뷰’가 필요한 것은 박상기 장관이 아닐까 싶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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