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시가 지역화폐 군산사랑상품권을 유통한지 8개월여 만에 2,300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월 판매액이 400억원을 넘어섰다. 상품권 가맹 업체는 1만개를 돌파했다. 군산사랑상품권이 시민생활 속에 스며들며 골목상권을 살리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전국적 성공모델로 평가되며 벤치마킹을 위해 군산을 찾는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군산사랑상품권은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2018년 5월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잇따른 폐쇄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자영업자를 돕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발행했다. 당시 135억원을 시작으로 월 판매액이 올해 2월 294억원, 3월 34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400억원을 넘어섰다.
상품권 구매고객의 1인당 월평균 구매액은 63만원이며 1만5,000여명이 2회 이상 꾸준히 상품권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까지 상품권 구매인원은 10만8,860명으로 이는 상품권을 구입할 수 있는 만19세 이상 인구(23만5,294명)의 46%,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18만8,698명)의 57%에 달했다. 군산시민 과반수가 군산사랑상품권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구매자별 연령대는 20~30대가 22%, 40~50대가 44%, 60~70%가 31%로 주력 소비층인 40~50대가 가장 많이 구매하고 있으며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매액의 98%가 일반시민인 개인구매로 이뤄져 판매액 50% 이상이 법인이나 관공서가 구매하는 타 지자체와 비교되고 있다.
지역화폐 상품권은 슈퍼마켓, 음식점, 이ㆍ미용실, 의류판매장, 문구점 등 중소 영세 상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규모 유통업 등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에서 사용하고 가능하다. 지역 내 소비 증가와 자금 역외 유출 방지를 위해 대규모 점포나 본사가 군산이 아닌 법인사업자의 직영점, 유흥주점과 사행성 게임업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지역화폐 구매와 활용률이 높아지면서 지역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소득도 늘고 있다. 실제 군산은 상품권 도입 후 매출 증대 효과를 봤다. 지난해 소상공인 업소별 수입금액을 분석한 결과 상품권 가맹점은 현금과 신용카드 매출이 함께 높아져 가맹점 8,412개 업소 총 매출이 1,414억원으로 16%가량 늘었다. 이는 업소 당 1,700만원의 매출 상승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비가맹점 1만2,925개 업소는 총 매출 5%(710억원)가 줄었고 대형마트 2곳은 8% 감소했다.
이용금액을 일부 돌려주는 페이백 시스템도 골목상권 소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페이백 시스템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했으며 현재까지 25만여명이 신청할 정도로 시민 반응이 뜨겁다. 소비패턴도 인센티브 시행 후 달라졌다.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던 소비가 거주지 내 골목으로 옮겨오고 있다. 상품권 구매 때 10% 할인율과 함께 상품권 가맹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현금으로 사용할 경우 일부를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시는 올해 4,000억원의 상품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 상품권이 관내에 유통될 경우 1만여개 가맹점 업소 당 연 5,000만원이상 매출 상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상품권 사업 확장을 위해 올 9월쯤 블록체인을 활용한 모바일 상품권을 도입할 예정이다. 모바일 상품권이 도입되면 소비자는 간편하고 안전하게 결제하고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과 은행환전 등 번거로움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임준 군산시장은 “지역의 어려운 경제위기에서 소상인들의 자발적인 가맹점 확보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시민의 참여가 군산사랑상품권이 지역화폐로 정착하는데 큰 힘이 됐다”며 “시민주도로 성공을 이뤄낸 상품권을 토대로 자립도시 군산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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