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일부 태권도 지도자들이 전국 소년체전을 앞두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에게 이른바 ‘원산폭격’을 시키는 등 학대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12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열린 전국소년체전을 앞두고 진행한 합동훈련 과정에서 일부 태권도 지도자들이 아동학대를 했다는 학부모의 신고가 접수됐다.
학부모들은 또 국민신문고에 “위협ㆍ폭언ㆍ비방 등 아동학대를 자행한 지도자들을 엄중하고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시 교육청은 이에 따라 훈련장소인 부강중, 선수가 속한 초등학교,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합동훈련을 받은 선수 32명 모두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합동훈련은 지난달 27일부터 이틀 간 일부 지도자들이 세종시태권도협회 임원이 참관한 가운데 부강중학교에서 진행했다.
조사결과 9명(초등 3명, 중등 6명)이 폭언이나 폭행, 비방 등의 아동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22명은 1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뒷짐을 지고 머리를 바닥에 박는 이른바 ‘원산폭격’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 교육청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교육부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세종시체육회 등에 알렸다. 경찰에는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지도자들은 ‘그런(학대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학대행위를 당했다는 선수가 여러 명 있는 만큼 보호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교육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검토하고 있으며, 당사자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학대 행위 여부 등을 판단해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세종시 태권도지도자협회는 12일 성명을 통해 유감 표명과 함께 관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협회는 “근절해야 할 스포츠 4대악 중 하나인 아동학대, 폭력행위를 어린 학생들에게 자행한 지도자들은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정확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 ▲협회 임원과 협회장의 공개사과와 자신 사퇴를 요구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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