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가 지난주 타결한 이민ㆍ관세정책과 관련, 합의 조건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실한 합의를 대가로 관세를 철회했다는 미 언론 비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 내용이 더 있다”고 밝혔지만, 멕시코는 필요 시 추가 조치를 논의하겠다는 것일 뿐 ‘별도 합의는 없었다’며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은 양측이 합의한 시한 내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다시 관세를 꺼낼 태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르셀로 에브라드르 멕시코 외무장관은 10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비밀 이민 협정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공개된 내용 외에도 “완전히 서명되고 문서화된” 다른 협정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추가 합의 내용이 “머잖아 공개될 것이고, 멕시코 의회의 표결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브라드르 장관은 “시한을 두고 멕시코 조치가 효과가 있는지, 만약 없다면 우리의 제안과 미국의 제안을 다시 살펴보자는 것”일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일축했다. 성과가 미진할 경우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주 공개된 합의안에는 멕시코 국경 방위군을 과테말라 국경에 6,000명 배치하는 방안과 미국 입국을 신청한 이주자들을 멕시코에서 대기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담겼다.
미 언론들은 양국의 핵심적 추가 협상 대상을 ‘안전한 제3국 협정’으로 꼽고 있다. 이는 미국에 입국하려는 중미 이주자들이 멕시코에 먼저 망명을 신청하도록 하고, 신청하지 않은 경우 자동으로 미국에 대한 망명 신청도 거부되도록 하는 정책이다. 미국으로서는 멕시코를 일종의 완충지대로 삼는 방안인데, 멕시코는 그간 정책 수용을 완강히 거부해왔다.
NYT는 ‘제3국 협정’ 등 추가 조치 합의사항을 두고 양국 당국자들이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당국자들은 멕시코가 ‘제3국 협정’에 준하는 망명 정책을 주변국과 함께 수용하는 데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보지만, 멕시코는 ‘추후 협상‘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멕시코는 주변국과 함께 부담을 나눠지는 ‘지역 차원 협정’에는 협상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 이날 에브라드르 장관은 이주민들의 이동 경로가 지나는 브라질, 파나마, 과테말라 등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그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미 당국은 멕시코의 조치에 따른 효과를 45일, 90일 후에 점검할 방침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6주 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멕시코가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여전히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정치적 이득”이라면서 “미국 혼자서는 달성하지 못한 과제를 떠넘기면서, 효과가 부진하면 멕시코 정부를 비난하고 관세 위협을 되살려 더욱 강력한 대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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