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부터 20여 차례 발생한 ESS(에너지 저장장치) 화재 원인 조사결과 LG화학 배터리의 일부 제조결함이 확인됐다. 조사위원회가 배터리 생산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셀을 해체ㆍ분석한 결과 LG화학 배터리의 일부 셀에서 극판 접힘, 절단 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결함이 확인된 것이다.

민관합동 ESS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는 지난 5개월에 걸친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용관리 부실 ▲설치 부주의 ▲통합 관리부족 등이 직ㆍ간접 화재원인이라고 11일 밝혔다. 합선에 의해 큰 전류나 전압이 한꺼번에 흐르는 등 전기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배터리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ESS 설치 후 온도ㆍ습도 등을 관리하지 못해 배터리에 이슬이 맺히고 먼지가 달라붙어 불꽃이 튀는 식으로 불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세 시공업체가 배터리를 며칠씩 방치하는 등 설치 부주의와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소프트웨어 등이 통합 설계ㆍ운용되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 과정에서 LG화학이 공급한 ESS 배터리 일부 셀 극판의 끝부분이 접혀있고, 설계대로 정밀하게 잘려있지 않았으며, 코팅제가 불규칙하게 묻어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사위 관계자는 “현장조사 등을 통해 불량품은 제조공정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는 화학작용과 내부 단락(합선)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23차례 화재사고를 배터리 만충 후 화재, 충ㆍ방전중 화재, 설치중 화재 등으로 유형화하고 76개 항목의 시험ㆍ실증, 자료ㆍ현장조사, 기업면담 등을 거쳤다.

이에 대해 LG화학은 “2017년 초기 제품으로 안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으나 일부 결함이 발생한 적이 있다”며 “공정 및 설계 개선, 검사 공정 등을 강화해 모두 개선 조치했으며, 현재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사위는 LG화학 제품과 비슷한 셀을 제작해 충ㆍ방전 시험을 180회 이상 반복했으나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위 관계자는 “선행 학술 연구나 화재 장소의 정황 증거를 종합 할 때 배터리 제조 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장시간 배터리 충ㆍ방전 범위가 넓어지고, 만충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된 경우 내부 단락(합선)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화재 예방 대책으로 ESS 안전관리를 제조ㆍ설치ㆍ운영 단계별로 강화하고, 관련 소방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ESS용 대형 배터리ㆍ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정해 생산단계에서부터 주요 구성품에 KC(국가통합인증)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PCS의 경우 올해 안에 안전확인 용량범위를 기존 100kW에서 1MW로 높이고 2021년까지 2MW로 확대할 계획이다. ESS 전체 시스템에 대한 KS(한국산업표준) 표준도 지난달 31일 제정했다.

옥내 설치는 용량을 600kWh로 제한하는 등 ESS 실내ㆍ외 설치기준을 강화하고, 배터리실 온도ㆍ습도ㆍ분진 관리 기준을 설정해 이상징후가 탐지될 경우 비상정지 시스템을 갖추도록 할 계획이다. 정기점검 주기는 기존 4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ESS를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하는 등 운영관리ㆍ소방 기준도 강화한다.

ESS 화재는 2017년 전북 고창을 시작으로 22건 발생했다. ESS 배터리는 한국 제품이 세계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지만, 화재 이후 상당수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주요 제조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반토막 나는 등 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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