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가업(家業)상속 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업종ㆍ자산ㆍ고용 유지 의무기간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대상 기업 기준(매출액 3,000억원 미만, 공제 한도 최대 500억원)은 유지된다. ‘부의 대물림 확대’ 비판은 피하되 요건 완화로 가업 승계 기업을 늘리려는 조치다.
가업상속 공제 제도는 ‘100년 전통의 명품 장수기업’ 육성을 위해 1997년 도입됐다. 도입 당시부터 과세 형평성 논란이 있었지만 장수기업 보존 및 확대로 기술력과 일자리를 지킨다는 점에서 긍정적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도입 이후 적용 대상과 공제 규모 등을 계속 확대해 왔음에도 수혜 기업은 그다지 늘지 않았다. 도입 초기 연간 공제 건수는 40~50건에 그쳤고, 2017년에도 91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업종ᆞ자산ᆞ고용 유지 등 사후관리 의무가 지나치게 강해 중도 탈락하는 기업도 많았다. 2015~2017년 3년간 사후관리 의무 미이행에 따른 상속세 추징 사례가 49건으로 전체 공제 기업의 20%에 달했고, 추징 사유로는 고용유지 의무 위반이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번 제도 개편안 역시 ‘중도 탈락 방지’에 역점을 뒀다.
개편안을 두고 경제개혁연구소는 “장수 기업을 보호 육성한다며 사후관리 요건을 10년에서 7년으로 낮추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점을 고려할 때 업종 변경 범위를 넓히고 신규 설비를 위한 기존 자산 처분 예외 인정 등의 요건을 완화한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기업인들이 추가로 요구하는 고용 유지 요건의 급여총액 유지 등으로의 확대, 가업 사전(死前) 승계 요건 완화 등도 국회 입법화 과정에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는 가업상속 공제 대상 기업 매출액 확대 법률안이 여야 구분 없이 여러 건 발의된 상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끼워 넣기식 대상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자칫 가업상속 공제 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기업들도 자체 혁신과 경쟁력 확보로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성과를 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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