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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권위ㆍ강압 대신 칭찬ㆍ배려… 정정용 리더십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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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권위ㆍ강압 대신 칭찬ㆍ배려… 정정용 리더십의 승리

입력
2019.06.12 08:00
수정
2019.06.12 19:4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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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결승행 확정 직후 달려가 친구ㆍ동료처럼 생수 뿌려가며 기쁨 나눠

정정용 감독이 12일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4강 에콰도르와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정정용 감독이 12일 폴란드 아레나 루블린에서 열린 2019 FIFA U-20 월드컵 4강 에콰도르와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루블린=연합뉴스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행을 확정한 직후 정정용(50) 감독을 향해 달려가 동료나 친구 대하듯 생수를 부어가며 기쁨을 나눴다. 수평적 문화로 대표팀을 운영한 정정용 감독의 리더십이 세계 무대에서 또 한번 빛난 날, 감독은 권위를 내려놓고 선수들과 뒤엉켜 기쁨을 나눴다. 이번 결승행은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 수평적 문화 속에서 ‘즐기는 축구’를 통해 거둬낸 성과라 의미가 더 크단 평가다.

‘정정용 리더십’의 성공은 단순히 감독 개인과 대표팀에 성과만 안겨준 게 아닌 한국 축구계, 더 나아가선 사회조직 내 지도자상에도 변화를 이끌 의미 있는 현상이다. 정 감독은 선수들을 윽박지르고, 성적에 대한 압박을 주기보다 매 경기 선수들이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초점을 둔다. 여기엔 국내 축구지도자들이 좀처럼 꺼내지 않는 칭찬과 격려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도자와 선수가 수직적 관계에서 오직 ‘승리’만 바라보고 스파르타식 훈련을 펼쳐 일궈낸 36년 전 이 대회 ‘박종환호’의 4강 신화보다 훨씬 더 큰 의미를 건져올릴 수 있다.

정 감독은 젊은 선수들 사이에 소문난 덕장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성적에 대한 목표를 정하기보단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싶다”고만 했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에서 축구를 배워온 이승우(21ㆍ베로나)가 가장 존경하는 국내 축구지도자로 꼽을 정도인데다, 이강인(18ㆍ발렌시아) 역시 정 감독의 조련에 금세 적응해 팀에 녹아 들었다. 다소 서툰 한국말로 형들에게 ‘페널티 킥을 내가 차겠다’거나, ‘애국가를 크게 불러달라’고 하는 막내의 요구도 정 감독 체제에서의 수평적 분위기였기에 가능했다. 4강전을 마친 뒤 이강인은 “여기까지 오는 데 감독님이 정말 선수들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며 “절대 못 잊을 감독님이자, 완벽하신 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을 이끈 김학범(59) U-23 대표팀 감독에 이은 비주류 선수출신 지도자의 ‘연전연승’에서 의미를 찾는 이들도 많다. 이번 성과로 한국 축구계에 뿌리깊게 자리했던 특정 계파 출신이나 이름값 높은 지도자들 사이에서 철저한 실력파들이 대접받을 길도 넓어졌단 얘기다. 실제 정 감독은 그 동안 한국 축구계에서 철처한 비주류로 분류돼 왔다. 1992년 실업팀 이랜드 푸마에 입단해 프로무대 한 번 밟아보지 못하고 29세의 나이로 선수생활을 접었다.

이후 저연령대 선수들을 가르치며 유소년축구 지도자로 인정받게 된 그는 2008년 14세 이하(U-14)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유소년축구 전임지도자로 차곡차곡 경험을 쌓아왔다. 2011년 U-17, 2013년 U-23 대표팀 코치를 맡아가며 각급 연령대별 대표선수 지도를 맡았던 그는 2016년 U-20 대표팀 감독대행, 2017년 U-23 대표팀 감독대행을 맡은 뒤 그 해부터 U-20 대표팀 정식감독으로 임명됐다. 이제 정정용 리더십은 세계무대 정상에서 또 한 번 빛을 발할 준비에 나선다. 한국은 오는 16일 오전 1시 폴란드 우치에서 우크라이나와 마지막 결전을 벌인다.

루블린(폴란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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