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5 남북 정상회담 19주년 기념 좌담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서울에 오기 전 문재인 대통령이 당연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야 한다”며 “북한이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만약 6월 기회를 놓치면 (북미 비핵화 협상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남북 정상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문 특보는 이날 국회 한반도평화포럼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6ㆍ15 남북 정상회담 19년 특별좌담’에서 “대북 특사도 중요하지만 시급성을 봤을 때 남북 정상이 만나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최소한 일주일 전이라도 판문점에서 원 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한 뒤 한미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때 어느 부분에서 실망하고 분노했는지 문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해야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특보는 특히 “북한이 먼저 움직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고 하는데 국제사회의 사찰을 받으면 우리 정부가 미국을 설득하기 쉬워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날 좌담회 참석자들은 6ㆍ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놓기도 했다.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방북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6ㆍ15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김정일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들어올렸는데 마침 사진기자가 없었다”며 “김 대통령이 사진을 요청하니 김 위원장이 처음엔 안 하려고 하다가 ‘배우 한번 더 하죠’라며 승낙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우리 기업인들과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는 사진도 연출 장면”이라며 “김 위원장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만 (대화 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취재단으로 평양을 방문한 이영성 한국일보 편집인도 “평양에 갔을 때 만난 노동신문 출신 50대 후반 인사가 ‘남북 교류협력이 늘고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북일 수교로 일본으로부터 배상금 100억 달러를 받으면 우리 자녀들이 무얼 하면 좋을까’라고 묻길래 ‘영어를 가르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니 ‘고맙다’고 답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당시 연평해전을 일으켰을 때 참전한 우리 장병들을 1계급 특진시키면서도 막후에선 대화의 노력을 한번도 접지 않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도 ‘김대중이라면 지금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까’를 고민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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