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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동반자 김대중-이희호, 생전 서로에게 보낸 사랑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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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동반자 김대중-이희호, 생전 서로에게 보낸 사랑 고백

입력
2019.06.11 09:46
수정
2019.06.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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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J “아내와 둘이 있는 것이 기뻐”… 이 여사 “평생 애껴준 것 고마워”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공개됐던 생전의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공개됐던 생전의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는 47년 정치적 동반자일 뿐 아니라, 노년기에도 사랑과 존경을 서로에게 표현하는 부부였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이 여사에 대한 애정은 10년 전 서거 당시 공개된 일기에 잘 드러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라며 살가운 사랑 표현을 하는가 하면, “아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며 47년 인생의 동반자에게 존경심을 나타냈다. 당시 이 여사도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에서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다”고 화답했다.

 ◇DJ 일기서 “아내 없이는 살기 힘들어”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09년 8월 공개된 친필 일기. 김 전 대통령이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까지 쓴 것이다. 일기에는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DJ의 생각부터 부인 이희호 여사를 향한 애틋한 사랑의 마음까지 담겨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DJ) 전 대통령 서거 당시인 2009년 8월 공개된 친필 일기. 김 전 대통령이 건강이 악화되기 직전까지 쓴 것이다. 일기에는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DJ의 생각부터 부인 이희호 여사를 향한 애틋한 사랑의 마음까지 담겨 있다. 연합뉴스

김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함께 한 이 여사는 청와대를 나온 이후에는 여느 노부부와 같은 애틋한 황혼의 사랑을 나누며 여생을 보냈다. 10년 전인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서거(18일) 나흘 째인 21일 공개된 일기 ‘김대중 마지막 일기-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의 곳곳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보인다.

투석으로 힘겨운 투병을 하면서도 김 전 대통령은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아내와 좋은 사이라는 것이 행복이고 건강도 괜찮은 편인 것이 행복이다”라며 여생의 중심에 이 여사가 있음을 표현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라며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사랑을 고백했다. 또 다른 날에는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며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고 적었다.

김 전 대통령의 일기를 보면, 여든을 훌쩍 넘긴 부부는 마치 신혼부부인 듯 서로에게 늘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속삭였다. 김 전 대통령은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고 생의 마지막까지 ‘백년해로’를 기원했다.

 ◇이 여사 “늘 너그러웠던 당신…” 

1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공개됐던 사진이다. 생전의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1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공개됐던 사진이다. 생전의 김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홈페이지

이 여사도 김 전 대통령의 입관식 때 허락된 30분간의 마지막 인사에서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다”며 남편의 일기 속 ‘고백’에 답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로 시작해 “당신의 아내 이희호”로 끝나는 짤막한 편지는 이렇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같이 살면서 나의 잘못됨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늘 너그럽게 모든 것 용서하며 애껴준(아껴준) 것 참 고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너무 쓰리고 아픈 고난의 생을 잘도 참고 견딘 당신을 나는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 당신을 뜨거운 사랑의 품 안에 편히 쉬시게 하실 것입니다. 어려움을 잘 감내하신 것을 하나님이 인정하시고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실 줄 믿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당신의 아내 이희호. 2009. 8. 20.”

이 여사는 10일 밤 11시 37분,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분향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1993년 8월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자택에서 이희호 여사와 담소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1993년 8월 12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자택에서 이희호 여사와 담소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향년97세)가 10일 별세했다. 사진은 1998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 뉴스1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향년97세)가 10일 별세했다. 사진은 1998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는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 뉴스1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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