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소환 뒤 복수비자 없어진다” 소문 퍼지며 불법수수료도 급등
한국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하노이, 다낭, 호찌민 등 베트남 3대 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복수비자 발급을 축소키로 했다. 시행 6개월 만으로, 발급 대상이 아닌데도 발급받는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이들의 불법체류 증가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 제도를 역점 추진했던 김도현 전 대사의 소환 후 이 제도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브로커들이 받는 수수료 급증 등 부작용들이 더욱 심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당분간 베트남 3대 대도시에서 임시거주증을 가진 주민의 복수비자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대도시에 호구부(호적)을 두고 있는 원주민에게만 복수비자를 발급하겠다는 뜻이다.
한국 정부는 작년 12월 3일부터 베트남 3대 대도시 주민에게 5년 동안 한 번에 최장 30일씩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복수비자(C-3)를 발급했다. 이론상 1년 365일 중 353일을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다. 소득 수준이 높아 불법 체류 가능성이 낮은 대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하면서 호구부뿐만 아니라 임시거주증을 가진 시민들도 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브로커를 통한 임시거주증 위조가 기승을 부리고 복수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한 베트남 국민의 불법체류가 급격히 늘어나자 법무부와 협의, 6개월 만에 대상을 축소하기로 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임시거주증을 급하게 위조하는 바람에 자신의 주소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비자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당분간 위조가 어려운 호구부 소지자에 한해 복수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발급대상 축소 배경에는 브로커를 중심으로 만연한 조직적 불법행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발급 대상자가 아닌 이들도 건당 수수료 1만달러(약 1,180만원)를 주고 비자를 받았고, 김 대사 소환 이후 그 수수료가 1만5,000달러까지 치솟았다는 증언들을 확보해놓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는 베트남 대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복수비자 발급을 허용하면서 신청자가 급증하자 지난 4월 25일과 5월 2일 하노이와 호찌민에 각각 비자신청센터를 열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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